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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젖은 모래 위의 두 발 | 안도핀 쥘리앙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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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생에 살아갈 날을 더할 수 없다면 살아갈 날에 생을 더해야 한다.

- 암 의학자, 장 베르나르(Jean Bernard)

 

 

 

 

『젖은 모래 위의 두 발』은 두 살 나이에 희귀 유전병에 걸려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소녀, 타이스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타이스의 진단 당시 엄마 뱃속에 있던 아질리스마저도 동일한 유전병을 안고 태어나게 된다.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이 있다면, 조기 진단으로 본격적인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거다. 그러나 타이스의 경우는 다르다. 이상 증세를 눈치채고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인간의 손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 탓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약물을 통해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어주는 것,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곁에서 함께 해주는 것이 전부였던 거다.

 

이 이야기가 작가가 꾸며낸 소설 속 상황이라면 더없이 좋으련만, 누구보다 가장 힘겨웠을 엄마가 두 딸, 타이스와 아질리스의 투병 이야기를 생생하게 써 내린 수기이기에 한층 가슴이 시리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고 말도 못 하고 눈도 멀고 귀도 멀어버린 딸을 바라보며 하늘이 무너지는 듯 고통스러워하지만,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오히려 곁에서 그 애의 행복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결코 뒷걸음질 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지혜로운 엄마인 이유다.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만 딸이지만, 사랑만은 남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그러기에 이 부부의 굳센 의지와 용기에 존경의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 가족의 불행과 고통,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을 감히 다 헤아릴 순 없을 것이다. 섣부른 연민의 감정 또한 모종의 우월감에서 나오는 오만일 수 있다. 이 수기의 주인공인 안도핀 쥘리앙이 말했듯, 이런저런 불행을 비교할 필요는 없다. 불행에 분류가 있고 위계가 있는 것 역시 아니다. 그저 진심을 다해 이 상황을 공감해 주는 것, 그거 하나 만으로도 슬픔은 반으로 나눠질 것이고 기쁨은 두 배가 될 테니까. 안도핀 쥘리앙 역시 그거 하나만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와중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었던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에 한없는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때 주저 없이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내 사람일 테니까. 새삼 주변인으로부터의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거의 2년 가까이, 아이의 병이 하나하나 빼앗아 가는 것들을 보면서 나는 의문을 품었다. <우리 딸한테 뭐가 남을까?> 사랑. 사랑은 남을 것이다. 우리가 받은 사랑. 그리고 우리가 준 사랑도.    - p.241

 

 

 

결국 타이스는 떠났다. 그러나 안도핀 쥘리앙 가족과 이 가족을 응원했던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타이스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타이스를 향한 가족의 넘치는 사랑만큼은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할 테니까. 앞으로 이 가족의 삶에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그리고 아질리스의 건강을 바라며.

 

 

"고맙다, 타이스. 전부 다 고마워. 네가 있어서 고맙고, 네 모습 전부가 고마워. 네가 준 모든 것이 고마워. 네 덕분에 엄마 아빠는 행복해. 너무너무 행복해. 사랑한다, 우리 공주."    - p.242, 243

 

 

 

 

 

젖은 모래 위의 두 발 - 6점
안도핀 쥘리앙 지음, 이세진 옮김/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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