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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모멘트 | 더글라스 케네디 |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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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사랑은 갔어도 진실은 남았다!
일생에 단 한번뿐인 운명적 사랑 이야기!

 

 

 

미국 맨해튼 출신의 여행 작가 토마스 네스비트는 독일에서 한 여인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상대는 동베를린 출신의 페트라 두스만. 그러나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페트라가 동독 비밀경찰의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토마스는 충격에 휩싸인다. 크게 분노한 토마스는 페트라에게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둘 사이의 인연은 끝나버린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흐릿한 그림자처럼 페트라에 대한 기억도 서서히 희미해져가던 어느 날, 토마스 앞으로 독일 우체국 소인이 찍힌 우편물이 도착한다. 페트라의 부고와 함께 전해진 노트 두 권. 동독에 남겨진 아들 요한을 위해 동독 비밀경찰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속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일기장이었다. 토마스는 페트라의 일기를 읽으며 자신을 향한 그녀의 사랑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매정하게 돌아섰던 지난날의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 모든 순간순간이 모여 지금의 삶을 이루었다!

 

토마스와 페트라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운명적 사랑이 달리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어긋나 버린다. 열렬히 사랑한 만큼 배신의 충격이 컸을 토마스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고, 동독에 두고온 아들 때문에 사랑하는 이를 속일 수밖에 없었던 페트라의 어미 된 심정도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기에 이들의 어긋난 인연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기에 통일 이전의 독일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이들 사랑을 파국으로 치닫게 한 결정적 요소였기에 이들의 운명이 한층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헤어진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른 상대를 의지하며 각자의 삶을 산다. 그러나 양쪽 모두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온전히 지워내지 못한채 살았다. 페트라는 늘 토마스의 책을 가까이에 두고 읽으며 마지막 순간 자신의 일기장을 건네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로 마음먹는다. 토마스는 페트라 이외의 그 어떤 여자에게서도 그녀만큼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며 뜨뜻미지근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다가 결국 이혼에 이른다. 이후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던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페트라. 나의 페트라'를 되뇌인다. 

 

이 모든 순간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그와 그녀의 삶은 채워졌다. 그리고 토마스에게는 아직 주어진 시간이 남아있고, 이는 곧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기회 역시 존재한다는 의미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히도 토마스는 그 순간이 지금임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로 맺는 『모멘트』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은 가장 파괴적인 힘이야. 자존심이 우리 눈을 가리지. 자존심 때문에 눈이 멀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이기적인 생각밖에 못하게 돼. 그럼 우린 주위를 올바로 볼 수 없게 되지. 자존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거야. 진실의 소리가 들려와도 귀를 완전히 닫아버리지. 내 생애 단 한 번뿐이었던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끝내 잃어버리게 된 건 그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이었어.'    - p.541

 

'다가온 순간, 지나간 순간, 나는 지금도 우리를 생각하며 울어.'    - p.574

 

어쨌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뜻대로 완성해 가야 한다.    - p.590

 

사랑은 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계속 줄어드는 인생의 시간, 그 시간의 흐름을 줄이는 사랑이 없다면, 인생이라는 머나먼 여정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삶을 견딜 수 있을까?    - p.591

 

길이 있다. 새로운 날이 있다. 눈앞에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깨달음을 줄 심오한 무엇을 바라는 희망. 다시는 못 느낄 생각. 인생의 제2장으로 들어설 거라고 스스로를 타이를 필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충동. 인간 실존의 중심에 있는 고독.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 타인과 연결될 때 피할 수 없는 두려움.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려 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 p.592

 

 

 

 

 

모멘트 - 6점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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