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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봄의 정원 | 시바사키 도모카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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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마음속에 저마다의 풍경을 끌어안은 채
우리는 지금 이 거리에 살고 있다.

 

 

 

철거를 앞둔 오래된 연립에 사는 다로는 우연히 같은 건물 2층에 사는 니시가 몸을 내밀어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런 니시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다로는 그녀의 시선이 근처 물빛 집에 있음을 알아채고는 남의 집을 염탐하는 듯한 그녀의 행동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후 니시에게서 그 까닭을 전해 듣고, 다로 역시 고교와 대학 시절 본 적이 있는 사진집 『봄의 정원』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물빛 집에 대한 니시의 관심은 서서히 다로에게까지 옮겨간다.

 

 

 

"『봄의 정원』은 기억과 만남의 이야기입니다. 낯익은 듯한 풍경 속에서, 그리운 사람 혹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을 생각하거나 먼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입니다. 꼭 천천히 읽어주세요."

 

 

 

『봄의 정원』은 마치 잔잔한 물결의 움직임을 읽어 나가는 듯하다. 소설의 전체적인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을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탓에 꼭 천천히 읽어달라는 작가의 당부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았다. 작가가 그려낸 풍경 안에서 다로와 니시를 만나고, 그들이 향한 시선과 발걸음을 쫓으면서 말이다. 그 은밀하고도 다소 집요하기까지 한 행위들은 숨을 고르게 하고 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문득 지금 두 발로 딛고 있는 이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그 공간은 사적인 장소일 수도 있지만, 때론 어딘지도 감감한 이름모를 거리의 한복판일 때도 있다. 그곳에서의 나 혹은 우리의 지난날을 떠올리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과 앞날을 상상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어쩔 때는 완벽한 타인에게서 친밀한 낯섦을 느끼는 묘한 이끌림을 경험하기도 한다. 혹시 나와 우리가 모르는 오직 이 터만이 기억하고 있는 숨겨진 무언가는 없는지를 생각하게끔 만들기도 하면서. 

 

 

 

변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를 내는 것도 없었다. 해시계처럼 양달과 응달의 경계가 이동할 뿐이다.    - p.153

 

 

 

 

 

봄의 정원 -
8점
시바사키 도모카 지음, 권영주 옮김/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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