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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6

안나 카레니나(전3권) | 레프 톨스토이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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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농노제 붕괴에서 러시아혁명에 이르는 
한 시대의 초상을 그려낸 인류 보편의 걸작!

 

 

 

여태껏 지내오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생각해 왔던 어떤 것 ― 단순한 듯하면서도 복잡한 것, 명료한 듯하면서도 모호한 것, 이해될 듯하면서도 불가해한 것… 이어서 삶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엉클어진 것들 ― 에 다소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한 듯한 느낌, 이것이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난 이후의 소감이자, 나름의 수확이다.

 

1800년대 후반 러시아 상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안나 카레니나』는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불륜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사랑 이야기다. 즉 안나와 그녀의 남편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그리고 간통 상대인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 이 세 사람을 둘러싼 사랑에 대한 오해와 갈등, 화해의 반복과 그들이 선택한 격정적 사랑의 말로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새로이 가지를 치고 그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는 무궁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개인의 욕망과 불행, 그로 인해 빚어지는 혼란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러시아 정치와 사회, 경제와 종교 등을 망라하는 방대한 스케일 안에서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격조 높은 이해의 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이런 거다. 살면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마주하게 마련인 어떤 사건이나 상황 안에서 다소 껄끄러워 제쳐뒀던 일이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눙쳐 넘겼던 일들을 되짚는 행위에 있어서 슬며시 귀띔을 해주는 듯한, 그래서 답답했던 것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게 하는 식이다. 어느 정도 삶에 대한 이해의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그것의 이해도를 높인달까. 그래서 '그때 내가 혹은 그 사람이 이런 표정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감정을 품고 또 표출할 수밖에 없었던 거였구나'를 어렴풋하게나마 끄덕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나 카레니나』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 군상들이 제각기 사고하고 행했던 하나하나가 차곡히 쌓여 이루어낸 퇴적층과도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한 세기를 훌쩍 넘어선 오늘날까지도 견고하면서도 굳건하게 위대한 작품으로서 존재하는 힘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 역시 하게 한다.

 

결국 『안나 카레니나』는 첫 문장이었던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로 귀결되는 인간사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등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나의 인생 지침이라고 봐도 부족함이 없을 만한 대작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 1권 p.11

"자네는 정말 순수한 인간이야. 그게 자네의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해. 자네는 자신이 순수한 성격이기 때문에 전 인생이 순수한 현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지만, 그건 여간해선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자네는 또 사회적 직무에 따르는 활동이라는 것을 멸시하고 있어. 그건 말하자면 자네가 일과 목적이 언제나 일치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도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자넨 또 한 인간의 활동이 언제나 목적을 가져야 되는 것처럼 사랑과 가정생활이 언제나 동일하기를 원하고 있어. 하지만 그것 역시 그렇지는 않은 거야. 인생의 온갖 변화와 매력과 아름다움은 모두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는 거니까.    - 1권 p.91

"아아, 당신 나이 땐 정말 행복하지요." 안나는 계속했다. "나도 마치 스위스의 산줄기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은 그 하늘빛의 안개를 기억하고 있고 또 알고 있어요. 그 안개는 바로 유년 시절이 끝나가는 그 행복한 시기에 온갖 것을 가리고 있죠. 그러나 그 거대하고 즐거운 세계에서 나오면 앞길은 차츰차츰 좁아져요. 겉으론 밝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외길로 들어가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우리는 누구나 다 이런 길을 지나오게 마련이죠."    - 1권 p.150

"난 마치 먹을 것이 주어진 굶주린 사람과도 같아요. 물론 그 사람은 추울지도 몰라요. 옷이 찢어지기도 했을 거고 또 부끄러울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 사람은 불행하지 않아요. 내가 불행하다구요? 아녜요. 이것이 바로 내 행복이예요……"    - 1권 p.376

"당신은 잘못 알지 않았어요. 난 절망했었어요. 절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난 당신의 말을 들으면서 그분을 생각하고 있어요. 난 그분을 사랑하고 있어요, 난 그분의 애인이에요, 난 당신을 견딜 수가 없어요, 난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미워하고 있어요……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 1권 p.416,417

"남 앞에, 나 자신 앞에, 신 앞에 조금이라도 자기를 잘 보이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을 속인 거예요. 그렇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난 이제 그런 행동에 몸을 맡기지는 않겠어요! 악인은 될지언정 최소한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쟁이는, 위선자는 되지 않겠어요!"    - 1권 p.458

 

"당신도 알 거예요. 당신을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모든 게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는 것을. 나에겐 이제 한 가지만 남아 있을 뿐이에요. 단 한 가지, 바로 당신이에요. 그러니까 그것이 내 것이기만 하다면, 난 어떤 일도 굴욕적이라고 여기지 않을 만큼 나 자신을 자랑스럽고 굳세게 느낄 수 있어요. 난 자신의 처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어요."    - 2권 p.159

'오직 나의 목적을 향해서 일로매진해야 한다. 그러면 난 틀림없이 성공한다' 하고 레빈은 생각했다. '고생을 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첫째, 이것은 나 한 사람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보편적 행복이라는 문제가 있다. 농업제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농민 전체의 상태가 근본적으로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빈곤 대신에 만인의 부와 만족, 적대감 대신에 이해의 조화와 일치, 한마디로 말하자면 피를 흘리지 않는 혁명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처음에는 우리 군의 자그마한 한 구역의 일이지만 급기야는 도에 미치고 러시아에 퍼지며 다시 온 세계에 미칠 대혁명이다. 왜냐하면 정당한 사상은 결과가 없이는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고생을 해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목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행하는 자가 바로 나이다.'    - 2권 p.212

그는 아름다운 꽃을 사랑한 나머지 꺾어서 못쓰게 만들어놓고 나서야 겨우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이제는 자기의 수중에서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의 사랑이 훨씬 강렬했었고 굳이 원한다면 자기의 심장에서 그 사랑을 뽑아내버릴 수도 있으리라고 느꼈던 예전보다도, 오히려 그녀에 대해 조금도 사랑을 느끼고 있지 않은 지금에 와서야 자기와 그녀와의 관계를 도저히 깨뜨릴 수 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2권 p.242

그는 행복했다. 그러나 가정생활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매순간 그는 자기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걸음마다 그는 호수 위를 미끄러져가는 작은 배의 매끄럽고 행복한 진행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사람이 자기가 직접 그 작은 배에 탔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을 경험했다. 말하자면 몸을 흔들리지 않게 하고 가만히 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어느 쪽을 향해서 갈 것인지를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발밑에는 물이 있고 그 위를 노저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익숙하지 않은 손에는 그것이 몹시 아프다는 것, 그저 보고만 있을 때에는 손쉬운 것 같았지만 막상 자기가 해보니까 썩 즐겁기는 해도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2권 p.474

그는 죽음이라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고 또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통감했다. 그는 사랑이 자기를 절망에서 구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절망의 위협 아래서 이 사랑이 더욱더 강하고 순결하게 되었다는 것을 통감했다. 죽음이라는 불가해한 하나의 신비가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그에게는 사랑과 삶으로 손짓하려는 역시 불가해한 또하나의 신비가 나타났다.    - 2권 p.522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정말이지, 나를 멸시한다든가 하진 말아줘요. 나는 멸시를 당할 만큼의 사람은 아녜요. 나는 남달리 불행할 뿐이에요. 만약 불행한 인간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예요."    - 3권 p.181

가정생활에서 무엇인가를 꾀하기 위해서는 부부 사이에 완전한 분열이나 혹은 사랑의 일치가 있지 않으며 안 된다. 부부관계가 애매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에는 어떠한 계획도 실행될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남편에게도 아내에게도 싫증이 난 생활을 그대로 몇 해째 계속하고 있는 부부가 꽤 있지만, 그것은 모두 완전한 분열도 일치도 없기 때문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 3권 p.369

'그렇다, 죽는 것이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와 세료쥐아의 치욕과 불명예도, 나의 이 무서운 치욕도, 죽음은 모든 것을 구제하여준다. 죽자. 그러면 저이도 뉘우치겠지. 나를 불쌍하게 여겨주리라, 사랑해주리라, 나를 위해 괴로워해주리라.'    - 3권 p.381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이것을 생각하면 레빈은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없어서 절망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서 자문하는 것을 그쳤을 때는 마치 자기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씩씩하고 원기왕성하게 활동하고 또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요즈음 전에 비하여 훨씬 믿음직스럽게 확고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 3권 p.470 

'이제야 내 삶은, 내 온 삶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나의 삶에 부여하는 의심할 나위 없는 선의 의미를 지니게 되리라.'    - 3권 p.522

 

 

 

 

 

 

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반양장) - 10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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