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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공터에서 | 김훈 |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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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20세가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아버지와 그 아들들의 비애로운 삶!

 

 

 

1920년대부터 1980년대, 한국 현대사는 유례없는 격동의 시기였다. 소설 『공터에서』는 그 혼란과 분열, 갈등의 비극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마씨 집안의 가족사를 담고 있다. 집안의 가장 마동수와 그의 두 아들인 마장세, 마차세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시대의 소용돌이에 당당히 맞서기보다는 차라리 무기력하다. 처해진 운명으로부터 도망치거나 애써 외면하기, 혹은 순응하는 일만이 고작인 인생들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겪는 삶에 대한 부대낌은 상처와 허무만 남기고,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그렇게 질긴 운명 앞에 굴복하는 것말고는 다른 결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 작은 소설은 내 마음의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다. (…)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 「작가 후기」 중에서

 

 

 

그 모질었던 시기로 부터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나라는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고, 여러모로 안정화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세월호와 사드 배치, 국정 농단 등 굵직한 사건들이 터졌고, 날로 심해져가는 빈부격차와 세대 간 불균형, 환경 문제 등은 우리 사회를 한 차례 더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마씨 집안사람들이 느꼈던 삶을 향한 슬픔과 비애의 고통이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영웅적이지 못하고, 남루한 사람들이지만, 그런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꿋꿋이 버텨냈기에 지금 우리가 숨쉬는 이 사회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비애로 가득 찬 인생들이 결코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 도리어 그들의 슬픔과 아픔이 있었기에 한층 굳건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작가는 자신 안에서 소멸하기를 바라며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지만, 그 다음 세대들은 오히려 똑똑히 기억해야만 하지 않을까.

 

 

살아온 날들의 시간과 거기에 쌓은 하중을 모두 짊어지고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시간의 벌판을 건너가야 할 것이었다. 벌판은 저쪽 가장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 p.185

 

 

 

 

 

공터에서 - 6점
김훈 지음/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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