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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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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절망적이고도 시끄러운 세계의 고독 속에서
실존적 해방을 꿈꾼 어느 늙은 몽상가의 불꽃같은 독백!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한탸는 늘 인간적이지 못한 하늘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음을 깨닫는다. ― 똥바가지를 쓴 만차만 보더라도 ― 한 개인에게 닥친 일들은 인간적이어도 지나치게 인간적인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삶은 인간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더럽고 음습한 지하실에서 버려진 책과 폐지 따위를 압축하며 살아온 삼십오 년의 세월이 그를 뜻하지 않게 현자로 만들었다. 이제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오 년 뒤 자신의 압축기와 함께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브니의 거대한 압축기는 그의 오랜 바람을 좌절시킨다. 그것은 곧, 지난 세월 꿋꿋하게 지켜온 자신의 세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음을, 여태껏 함께해온 멋진 책들과의 결별을 뜻하는 이유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해 마지 않던 한탸는 결국 일생을 함께해 온 압축기 속으로 들어간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 p.85, 86

 

 

 

한 인간의 고독한 독백이 삶과 영혼을 향한 끝없는 열정에 근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한탸의 결정이 자칫 처해진 환경에 대한 굴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외려 자신이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것을 향한 결연한 의지로 이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탸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이토록 아릿한 건 왜일까.

 

 

 

 

 

너무 시끄러운 고독 - 10점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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