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7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 문학동네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우리는 모두 잃으면서 살아간다.
여기,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그 이후'의 삶이 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이제 막 세 돌이 지난 아이는 누군가에 의해 유괴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어떤 흔적도 찾지 못한 채,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이를 찾는 전단지 뭉치를 들고 헤매는 것뿐이다. 그 사이 아내의 정신은 흐려졌고, 가세는 기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만 찾을 수 있다면, 이 고통의 시간들은 말끔히 씻길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십일 년 후, 아이를 찾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더 잔혹하고 거대한 비극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4년 4월의 그 참혹했던 사건은 소설가 김영하의 삶과 소설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작가는 그 기점에 놓인 작품이 그해 겨울 쓰여진 「아이를 찾습니다」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철저하게 깨우친다. 인생에는 완벽하게 회복 불가능한 일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의 삶을 꿋꿋이 견뎌내며 살아내야 한다는 것까지도.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지나고 보니 어찌어찌 견뎌냈다.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 언젠가 실수로 지름길로 접어드는 바람에 일등으로 골인하고서도 메달을 빼앗긴 마라토너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결승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 p.66 「아이를 찾습니다」

 

 

 

상실로 인한 불안과 초조가 만들어낸 서늘한 기운이 소설 구석구석을 메운다.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끝내지지 않는 사건 앞에서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넘나들며 나름의 마침표를 찍는데 몰두한다. 그것만 가능하다면, 자기 자신마저 속여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아이를 찾습니다」 이 후 쓰인 「인생의 원점」에서 서진은 인아의 죽음, 병상에 있는 인아의 남편, 곧 교도소에 가게 될 사채업자 사이에서 자신만이 온전한 모습으로 살아있음에 안도하며 인생의 새로운 원점을 맞이한다. 「신의 장난」에서는 신입사원 연수로 네 명의 남녀가 방 탈출 게임에 참가하나, 탈출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감금의 일상 안에서 쳇바퀴 도는 삶을 이어간다. 「오직 두사람」은 사십여 년 동안 '아빠 딸'로 살았던 현주가 보고 싶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 이제 그녀는 아빠 없는 삶, 그러니까 정확히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을 시작해야만 하는 출발선에 놓여 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 앞에 놓인 인물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낯설지만은 않다. 우리 역시 크고 작은 사건 앞에서 꿋꿋이 살아가야 했던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인 이유다. 나 역시 어찌어찌 견뎌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것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스민 무섭도록 적확한 기억이었다. 이제 머지않아 더 거대한 산이 보일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 산에 이미 발을 내디딘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집 『오직 두사람』에 실린 일곱 편의 중단편들이 그것을 새삼 일깨운다.

 

 

 

 

 

 

오직 두 사람 - 8점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