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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김신회 |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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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보노보노를 잘 모른다. 언뜻 보기엔 고양이형 로봇인 도라에몽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책 뒤편의 보노보노 주요 캐릭터 소개를 살피니 보노보노는 아기 해달이란다.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채 삐질삐질 땀 흘리고 있는 보노보노. 그 모양새를 보자니, 꼭 소개말이 아니더라도 만화 속 성격이 대충은 그려진다. 작은 일에도 걱정, 고민 많은 소심한 성격일 거라는 것. 그래서 어쩌면 나와 통하는 구석이 제법 있을지도 모르겠단 기대감이 보태졌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우선 자기감정에 솔직해야 하는 거였다. 보노보노와 그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그게 세상 쉬운 일 같으면서도, 결코 그렇지 않은 일임을 알아가는 삶을 사는 중이어서 못내 그들이 부러웠다. 그렇다고 왜 여태 그렇게 살지 못했나를 자책하자니, 어른들의 세계에선 마냥 솔직하기에는 솔직하지 말아야 할 순간들이 너무도 많다는 항변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외칠 수 있는 삶을 나 역시 동경한다. 그런 일상의 바람이 나를 비롯한 세상의 많은 서툰 어른들을 이 책 앞으로 불러 모으는 것 같다.

 

지은이는 사노 요코의 수필,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 좋다고 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그런 지은이에 걸맞는 솔직하고 허세 없는, 담백한 글이었다. 물론 대단한 삶의 지혜, 통찰을 바라고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한참은 기대에 못 미치겠지만, 나는 일상에서 문득 아쉽기 마련인 가벼운 위로에까지 문학적 가치를 운운하며 까다롭게 구는 빡빡한 독자는 되고 싶지 않다. 때때로 그런 가벼움이 더 필요로 하는 법이니까.

 

그나저나 나는 이 책만으로는 보노보노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겠다. 포로리나 너부리, 야옹이형도 마찬가지다. 그저 이 책을 통해 조금 알았을 뿐이다. 하지만 보노보노와 좀더 친해져도 좋겠다 싶다. 자꾸만 더러운 것들이 몸에 들러붙어 꼬질꼬질해지더라도 이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덜 속상할 것 같으니까. 덜 쓸쓸하고, 덜 슬플 것만 같으니까. 

 

 

 

야옹이형 : 살아가는 건 점점 망가지는 일이야. 아무도 그걸 막지 못해.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걸 만들 수밖에 없어. 하긴. 새로운 건 다 쓸데없는 것들이지. 하지만 쓸데없는 것 때문에 불행해진다면 그 불행 역시 쓸데없는 거라는 걸 난 알아. 그렇다면 그게 또 행복이겠지.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새로운 건 쓸데없는 것. 쓸데없는 것 때문에 불해해진다면 그 불행 역시 쓸데없는 것. 쓸데없는 것들을 다 빼고 나면 결국 행복만 남는다는 이야기. 긍정적인 건지 부정적인 건지 모호하지만 곱씹어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    - p.313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6점
김신회 지음/놀(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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