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7

오두막 | 윌리엄 폴 영 | 세계사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모든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곳

 

 

 

맥은 가족 캠핑으로 머물렀던 야영장에서 막내딸 미시를 유괴당한다. 경찰의 수사 끝에 숲 속 낡은 오두막에서 찢어지고 피에 젖은 미시의 빨간 드레스를 발견하지만, 시체는 끝내 찾지 못한다. 그러나 현장에 놓여 있던 점 5개가 찍힌 무당벌레 핀이 미시가 연쇄 유괴범의 피해자가 됐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고, 사건은 피살 추정으로 공식 종결된다.

 

4장까지의 주요 내용이다. 갑작스러운 실종에 이은 살해는 여느 추리 소설과 다를 바 없는 흐름이었고, 으레 사건의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일만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매우 의외였다.

 

사건 발생으로 부터 3년 반이 지난 어느 날, 여전히 거대한 슬픔 속에서 살고 있던 맥에게 하나님의 편지가 도착한다. 맥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딸 미시의 빨간 드레스가 발견됐던 오두막을 다시 찾고, 그곳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차츰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그분의 사랑을 깨우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네가 용서하길 바란다. 용서란 너를 산 채로 갉아먹는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야. 또한 완전히 터놓고 사랑할 수 있는 너의 능력과 기쁨을 파괴하는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지. 지금껏 그 사람이 네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고통당했는지 신경이라도 썼을까? 오히려 고소해하면서 잘 살아갔겠지. 그걸 끊어버리고 싶지 않아? 또한 너는 그 사람이 알지도 못한 채 짊어지고 있는 짐을 내려놓게 할 수 있어. 어떤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한다는 의미야."    - p.386, 387

 

 

 

맥에게 있어서 오두막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참담함을 겨룰 길 없는 끔찍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 장소에서 슬픔과 절망을 이겨내고, 삶의 한줄기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신을 향한 믿음이 일궈낸 값진 구원이니, 그야말로 신비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철저하게 기독교적 관점으로 쓰인 소설인지라, ― 어떤 의도와 바람이 담긴 글인지는 십분 이해되지만 그것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 모든 독자들에게 백 퍼센트 설득력 있게 와닿을 수 있을는지 다소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두막을 갈구한다.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진 마음을 이겨내고 깨달으며, 치유할 수 있는 안식처가 내 삶 어딘가에도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비기독교적 독자 마저 끌어안을 수 있었던 『오두막』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오두막 (100쇄 기념 특별판 리커버) - 6점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세계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