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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오기와라 히로시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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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전할 수 없었던 마음, 지울 수 없는 후회…
인생 한 켠에 남아 있는 아련한 기억을 소환하다!

 

 

 

소설집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에 실린 여섯 편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다. 혈연으로 이어진 친밀함 너머에 자리한 미움과 원망, 후회의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그것. 어쩐지 낯설지 않다. 어느 한 구석에서 시작된 시큰함이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가는 듯한 쩌릿함 마저 느껴진다. 우리 역시 누군가의 자식이고 형제·자매이며 나아가 부모이기에, 그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의 타래가 선연하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짐짓 누가 읽더라도 가슴 한 켠이 아리고 마는 단편들이 아닐 수 없다.

 

「성인식」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는 딸의 성인식에 참가하기 위해 한번 더 생의 의지를 다진다. 「언젠가 왔던 길」의 딸은 엄마의 고압적인 태도에 신물이 나 집을 떠났지만, 결국 치매에 걸린 엄마에게 "또 올게"라는 말을 남긴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의 주인은 지난날의 과오로 아내와 아들 곁을 떠났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결혼을 앞둔 한 젊은이가 인적마저 드문 그의 이발소에 손님으로 찾아온다. 「멀리서 온 편지」는 일 밖에 모르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지친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학창 시절 남편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발견하고는 마음을 다잡는다.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속 아이들은 부모의 불화와 학대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꽃피운다. 「때가 없는 시계」에선 아버지의 유품으로 받은 낡은 시계를 고치기 위해 찾아간 시계방에서 주인과의 대화를 통해 생전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서로에게 더없이 소중한 존재여야 하지만, 각기 처한 입장과 상황은 때때로 서로를 오해하고 미워하게 하며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게 한다. 그럼에도 ― 비록 오랜 세월을 감내해야만 할지라도 ―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으며 그리워한다. 가족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는지. 이따금씩 엄습해 오던 먹먹함과 막막함이 뒤섞인 와중에도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곁에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잔뜩 예민하고 불안해진 마음이 놓여날 수 있었으니까. 이건 정말이지,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누구도 그것을 깨는 실수일랑 말기를.

 

 

 

 

가게 주인이 뜨거운 수건 위로 두피를 꾹꾹 누른다. 뜨겁다. 아 뜨거, 하는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올 뻔했다.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다. 그랬지, 모공 하나하나에 파고드는 이 뜨거운 수건의 열기가 이발소의 참맛이었다.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그리운 감촉이다. 뜨거운 수건에서 희미하게 토닉 향이 났다. 이 냄새도 정말 오랜만이다. 어른의 냄새다. 어린 시절에는 이발소에 갈 때마다 자신이 모르는 낯선 세계의 실마리라도 되는 것처럼 맡았던 냄새다. 어른이 된 남자의 냄새.    - p.101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6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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