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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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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맞서 여성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 페미니즘의 정전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여권 신장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멀어만 보인다. 성적 불평등을 둘러싼 크고 작은 문제들은 여전히 빈번하고, 그 마저도 편 가르기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인 것이다. 심지어는 무관심과 방관, 회피로 일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니.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던 것을 토대로 한 『자기만의 방』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유랄 수 있다. 이를테면, 삶을 향한 자세와 태도에 대한 지침서가 돼 주는 것이다. 그 안에서도 여성에게는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단연 인상적이다. 이는 울프 자신이 여성 문학가로서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그리고 그녀에 앞서 같은 길을 걸었던 몇몇 여성 작가들 ― 이를테면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등 ― 의 삶과 그들 작품을 반추하며 처절하게 느낀 깨달음에서 비롯한 주장이기에 한층 마음에 와닿는달까. '지적 자유'라는 것이 물질적인 것들에 달려 있다는 아주 짧지만 명료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죽지 않고 계속될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자신들이 뜻하는 바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권리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만 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을 아주 새삼스게 말이다. 더욱이 희망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매우 열악하고 비관적이었던 와중에도 용기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던 그녀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고, 나아가 더 나은 미래도 꿈꿀 수 있게 되었으므로. 우리는 자기만의 방을 손에 넣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그녀들의 노고를 늘 염두에 두어야만 할 것이다. 열없지만 이제는 우리가 발을 떼어야 할 차례.

 

 

 

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 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지요.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계속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속으로 걸어 들어와 육체를 갖게 될 기회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백 년 정도 살게 되고 각자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가 공동의 거실에서 조금 탈출하여 인간을 서로에 대한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와 관련하여 본다면, 그리고 하늘이건 나무이건 그 밖의 무엇이건 간에 사물을 그 자체로 보게 된다면, 아무도 시야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므로 밀턴의 악귀를 넘어서서 볼 수 있다면, 매달릴 팔이 없으므로 홀로 나아가야 하고 남자와 여자의 세계만이 아니라 리얼리티의 세계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 ― 그것이 사실이므로 ― 을 직시한다면, 그때에 그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입니다. 그녀의 오빠가 그러했듯이. 그녀는 선구자들이었던 무명 시인들의 삶에서 자기 생명을 이끌어 내며 태어날 것입니다.    - p.164, 165

 

 

 

 

 

자기만의 방 - 10점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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