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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깨끗하고 밝은 곳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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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필요한 것은 밝은 불빛과 어떤 종류의 꺠끗함과 질서야."

 

 

 

#. A Clean, Well-Lighted Place

 

귀머거리 노인은 밤늦도록 카페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로 인해 퇴근이 늦어지는 것을 불평하던 젊은 웨이터는 한 잔 더 달라는 노인의 요청을 거절하고 그를 내보낸다. 함께 있던 나이 많은 웨이터는 동료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도 카페에 늦게까지 남아있길 좋아하는 노인의 마음에 공감한다. 마감 후 집으로 향하는 길, 나이 많은 웨이터는 불빛이 꽤 밝은 어느 바로 향한다. 그러나 제대로 닦이지 않은 스탠드를 보는 순간, 한 잔 더 권하는 바텐더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다. 

 

 

"나는 늦게까지 카페에 남고 싶어." 나이 많은 웨이터가 말했다. "잠들고 싶어 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밤에 불빛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말이야." "난 집에 가서 자고 싶어요." "우리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군." 나이 많은 웨이터가 말했다. 그는 이제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젊음도 자신감도 아주 아름다운 것이긴 하지만 그것들만의 문제는 아니야. 매일 밤 가게를 닫을 때마다 어쩐지 망설이게 돼. 카페가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말이지."    - p.14

 

 

 

깨끗하고 밝은, 공간을 바랐던 노인과 나이 많은 웨이터의 마음을 안다. 내가 지난날 어느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서서, 한참을 앉아 있고도 한참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던 것 역시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으므로. 생각해 보면, 하루의 피곤을 덜고 내일을 위한 활력을 채우는 건 그 잠깐의 쾌적하고 아늑한 공간에서의 쉼일지도 모르겠다. 헤밍웨이는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최상의 경우일지라도 고독한 삶입니다."라고 말했다. 노인과 나이 많은 웨이터가 그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바랐던 것이리라. 역시나 우리 모두에겐 깨끗하고 밝은 곳이 필요하다. 그곳에서 가만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한결 안온하게 감싸줄.

 

 

「깨끗하고 밝은 곳」 외에도 「살인자들」, 「병사의 집」, 「킬리만자로의 눈」,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지만 행복한 생애」가 수록돼 있다.

 

 

 

 

 

깨끗하고 밝은 곳 - 8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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