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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하지 못한 안부를 전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사는 것은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p.15)'를 증명하기 위한 삶은 고되고 쓸쓸하다. 그래서 깊은 밤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한 잔 술을 마시기도 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새벽 별을 헤아리기도 한다. 어느 긴 밤에는 좋아하는 편지지를 앞에 두고 상념에 젖기도 한다. 그러나 해가 밝으면 '어제까지의 풍경'일랑 뒤로 하고, 새 아침을 맞는다.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마음먹으면서. 그리고 모든 것에 잘 있다는 안부를 전한다.
'삶'이란 길 위에 한 인간이 서 있고, 그가 거니는 발자취는 시가 된다. 그것은 '쓰려고 쓰는 것'이기보다는 '쓸 수 없어서' 쓰는 시에 가깝다. 이를테면, 삶으로 쓰는 시(詩)랄 수 있다. 그 여정을 좇으면서, 자연스레 생의 의지를 다져본다. 더 잘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의 완성은 그렇다
지구 사람 가운데 나에게 연(緣)이 하나 있다면
당신들의 흩어짐을 막는 것
지금은 다만 내 마음의 1층과 2층을 더디게 터서
언제쯤 나는 귀한 사람이 되려는지 지켜보자는 것
나의 궁리는 그렇다
- p.55 「지구 서랍」 중에서
바다는 잘 있습니다 - 이병률 지음/문학과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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