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7

끌림 | 이병률 | 달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길' 위에서 쓰고 찍은 사람과 인연, 그리고 사랑 이야기

 

 

 

일상의 경계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과 풍경에 대한 김병률 시인의 감성을 좋아한다. 그 첫 시작은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했던 여행 산문집 『끌림』이었다. 이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망설임 없이 집어 들을 수 있었던 고마운 책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교보에서 리커버 에디션으로 재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시 읽어도 보고 소장도 할 겸 구입해 보았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끌림』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게 끌렸다. 이전의 나는 조금 더 젊었고,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호기심으로 꿈틀댔다.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갈구했고 그것은 혼자서 떠나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므로 그 시기의 『끌림』은 습자지에 먹물 스미듯 내 안에서 빠른 속도로 스며들었고, 또 같은 속도로 말라갔다. 그러는 사이 나는 동경하던 혼자 여행을 떠났고, 어느 골목을 걷고 걷고 또 걸었다. 내키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쉬어갈 수 있었고,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그만큼의 삶을 더 사는 동안 그것과 비례하는 고민과 잡념, 감정들을 품어야 했다. 거기에는 기쁨과 감동, 배신과 거짓, 상실과 고통, 슬픔과 연민의 온갖 것들이 한데 뒤범벅돼, 지금의 나를 살찌웠다. 그리고 최근 『끌림』을 다시 만났다. 단박에 읽어 나갔던 이전과는 달리, 이야기 하나를 읽고서 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까지 더러는 쉼표가 필요했고 책을 덮고 있는 중에도 머릿속과 마음속 공간의 일부를 내주어야만 했다. 책은 그대로인데, 나는 확실히 변해있었다. 『끌림』과 재회한 보름의 시간은 그걸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또 일주일이 지났다. '고맙게도 쓸쓸하면 할수록 다시 사람을 떠올리며 사람의 풍경 안으로 걸어갈 힘이 생긴다.'는 글귀가 마음 한가운데 남아 있다. 사람으로 인해 아프고 상처 받는 일 투성이인 것이 일상이지만, 결국 사람을 떠올리고 그들 곁으로 다가갈 용기를 얻는 것은 어쩌면 낯선 곳에서 온전히 혼자가 되는 순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은, 12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곳'을 찾아내는 일이며 언젠가 그곳을 꼭 한 번만이라도 다시 밟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키우는 일이며 만에 하나, 그렇게 되지 못한다 해도 그때 그 기억만으로 눈이 매워지는 일이다.    - 이야기. 쉰넷. 「그때 내가 본 것을 생각하며 나는 눈이 맵다」 중에서

 

 

 

 

 

끌림 - 8점
이병률 지음/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