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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7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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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

 

 

 

건축물과 거리,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건축가의 인문적 시선이 흥미롭다. 나 역시 건축물과 도시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 걷고 싶은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 거리는 높은 이벤트 밀도와 낮은 공간의 속도를 특징으로 하는 것에 반해, 테헤란로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이벤트 밀도와 거리 공간의 속도는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p.40)'가 된다는 것의 실례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벤트 밀도는 다소 떨어지나 속도가 느린 덕수궁 돌담길 역시 사람들이 걷고 싶은 거리 중 하나랄 수 있다. 그 이유를 저자는 안전에서 찾는다. 담장과 보안은 사람들로 하여금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마음 놓고 거닐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 스카이라인

 

한 도시를 기억하는데 그 도시의 랜드마크와 스카이라인은 긴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피렌체의 돔이 대표적이다. 오직 그 도시에만 존재하는 건축물과 하늘이 만나서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오랜 시간 기억되는 까닭이다. 생각해보면, 한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데, 독특하고 매력적인 스카이라인의 몫이 상당했음을 새삼 느낀다. 저자는 말한다.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나라의 기술, 경제, 사회가 만들어 낸 선이다.(p.61)'라고. 그런데 서울은 여기에 산과 강이라는 아름다운 자연이 더해져 있다. 내가 사는 도시가 지금보다 한결 근사한 ―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매우 조화로운 ―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내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 네온사인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밝히는 홍콩의 밤거리는 오묘했다. 다소 너저분해 보이기는 서울과 매한가지였지만, 그 느낌만은 사뭇 달랐던 것이다. 평소 내가 사는 도시를 바라보며 간판 정리만 해도 한결 도시 미관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었음에도 홍콩에서 마주한 크고 작은 네온사인은 그것을 포함해야만 비로소 홍콩다운 거리가 완성이라도 되는 듯한 인상이었달까. 어째서 같은 간판들을 보고도 그런 차이를 느꼈던 것인지….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했다. '간판을 정보로 이해하느냐 아니면 장식으로 이해하느냐에 달려있다(p.251)'는 것이다.

 

 

 

공간은 실질적인 물리량이라기보다는 결국 기억이다. 우리가 몇 년을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어떠한 추억을 만들어 냈느냐가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다양하게 기억되는 공간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이벤트 별로 각기 다른 공간으로 각기 다른 기억의 서랍들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우리의 머릿속에서 실제 크기보다 더 크게 인식된다.    - p.195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6점
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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