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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문맹 | 아고타 크리스토프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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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쌍둥이 형제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3부작 소설 모든 인간 군상이 악착같다. 삶을 붙들고자, 때로는 벗어나고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이리라. 각자의 가슴에 품은 욕망과 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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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있기까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 이야기

 

 

 

모국어 대신 적어(敵語)로 살아가야 하는 삶을 알지 못한다. 그저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가늠해볼 따름이다. 그러나 그 조차 쉽지 않음을 느낀다. 이방인으로서 살아야 하는 삶이 동반하는 고독과 편견, 상실을 떠올리자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하기야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감히 누가 그 무게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의 한 국경 마을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난한 삶을 보냈다. 결혼 후에는 반체제 운동을 하던 남편의 영향으로 헝가리를 떠나, 이후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에 정착했다. 그 불운의 와중에도 읽는 것만은 놓지 않았던 그녀는 망명 후 생계를 위해 시계 공장엘 다니면서도 쓰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것은 모국어가 아닌 새로운 언어로 희곡과 소설을 쓰며 처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던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녀는 “내가 프랑스어로 말한 지는 30년도 더 되었고, 글을 쓴 지는 20년도 더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언어를 알지 못한다.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번번이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p.52, 53)”고 고백한다. 더불어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p.112)”라고 덧붙인다. 문득 절망의 팡세, 에밀 시오랑이 떠오른다. 그 역시 모국어를 버리고 프랑스어로 글을 써야 했던 작가로, 모국어를 사용했다면 행하지 않았을 거듭된 퇴고 과정을 통해 훗날 프랑스인들 마저 사랑해 마지않는 아름다운 시적 문체를 탄생시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간결하면서도 투명한 문체 역시 두 배, 세 배 이상으로 할애해야만 했던 시간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의지의 결과물이지 않았을까. 그 끈질긴 고집스러움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 이야기, 『문맹』을 통해 그녀의 삶 전체를 헤아리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러나 걸어온 삶, 그 여정 속에서 그녀가 착실하게 보여준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만은 온전하게 전해진다.

 

 

 

베를린에서 어느 저녁, 우리는 낭독회를 갖는다. 사람들은 나를 보러, 내 이야기를 들으러, 나에게 질문하러 올 것이다. 나의 책, 나의 삶, 나의 작가로서의 여정에 대해.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    - p.103

 

 

 

 

 

문맹 - 8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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