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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 구스미 마사유키 |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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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의 식욕 자극 에세이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가 이야기하는 미식 에세이,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고기구이를 시작으로 라면, 돈가스, 도시락, 샌드위치 등 스물여섯 가지의 음식을 다룬다. 여기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어쩌다 먹는 귀한 음식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쉬이 먹곤 하는 것들에 가까워 한결 친숙하게 다가온다. 물론 일본인 저자의 특성상, 우리에겐 다소 익숙지 않은 나폴리탄, 낫토, 튀김덮밥, 오차즈케 등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워낙 일본으로의 여행이 빈번한 시대 이거니와, 기회가 닿는다면 그곳에서 저자처럼 이 음식들을 즐겨보겠다는 요량으로 읽어도 좋을 법해서 흥미롭다. 더욱이 생선회의 경우, 와사비를 푼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일본식과는 달리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한가득 쌈을 싸 먹는 우리식의 생선회를 즐기는 모습이 그 상상만으로도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당신도 그 맛을 드디어 알게 되셨군요, 같은. 더욱이 고기의 육즙을 충분히 즐기고 그 여운마저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며, 조금이라도 불지 않은 라면을 먹고자 카운터 자리를 사수하고, 단팥빵은 흰 우유와 먹어야만 제격이라는 나름의 소신 있는 면모들이 어쩐지 믿음직스럽다. 이 모든 음식들을 기왕이면 더 맛있게 제대로 맛보겠다는 저자의 일념이 전해진 이유일 것이다. 더불어 과연 그가 참다운 탐식가임을, 덧붙여 『고독한 미식가』가 거져 탄생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며, 식탐 만세! 를 부르는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문득 유쾌한 탐식은 더없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구스미 마사유키가 음식을 대하는 확고하면서도 진지한 태도가 이 명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나는 한창 키 커야 할 나이에 식탁 앞에서 늘 푹푹 좀 먹으라는 잔소리를 드는 것이 일인 아이였는데, 성장이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식욕이란 걸 발견하고 말았다. 심지어 식탐까지도 부리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며 흠칫 놀라는 일 마저 왕왕 있곤 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생경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도 든다. 진작 먹는 즐거움을 알았다면, 그 시절 밥 먹으라는 잔소리도 듣지 않았을 테고, 키도 욕심껏 컸을 거라면서. 근데 그럼에도 정말 다행인 건, 지금이나마 그 즐거움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만큼 이제는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졌을뿐더러, 무엇보다 잘 먹고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유쾌한 탐식가이길 바란다. 덕분에 늦은 밤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참으로 힘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읽으면,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군침 주의 요망!

 

 

 

정말로 맛있는 음식이란 입으로 들어온 감칠맛과 그에 따라오는 추억이 더해졌을 때 완성되는 것 아닐까. 맛은 기억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느끼는 맛은 백이면 백 모두 다른 게 당연하다.    - p.220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 6점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인디고(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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