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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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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 열린책들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었던 존재이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나의 모습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숭배와 그로 인해 자초하고 마는 비극적 말로에 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 서있는 세 인물 -― 고대 그리스 조각상과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젊은이 도리언 그레이와 그에게서 예술적 영감을 받고 초상화를 그린 바질 홀워드, 그리고 순수한 영혼이었던 도리언에게 젊음과 쾌락에 눈을 뜨게 하는 헨리 워튼 경 -― 을 지켜보자면, 자연스레 욕망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면모들을 떠올리게 한다. 도리언 그레이가 자신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취해 그것을 영원히 지켜내고자 변질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매 순간 선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
묘한 이야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봄고양이 날카롭고 예리하지만 늘 따뜻했던 삶을 향한 시선 『묘한 이야기』가 여러 책들 사이에서 반짝였던 것은 '이제 아쿠타가와 수상작이 아닌, 진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읽자!'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던 띠지 문구의 공이 컸다. 사실 띠지라는 것이 버리기엔 아깝고, 그대로 두자니 거추장스러운 계륵 같은 존재라고 느낄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같이 독자의 마음을 간파하기라도 하는 듯한 명쾌한 문구가 적힌 띠지라면, 오히려 반갑고 고마울 따름! 실제로 서점에서 일본 소설 코너를 기웃거리다 보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고 선전하는 책을 심심치 않게 마주한다. 얼마 전 읽었던 시바사키 도모카의 「봄의 정원」이 그랬고, 요시다 슈이치의 「파크 라이프」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코미디언 출신의 마타요시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낭만 이후, 일상의 사랑을 지키는 용기와 행복에 대하여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 p.18 이성에 대한 호감과 그로부터 발하는 사랑의 시작은 매우 주관적이고 정서적이며 내면의 감수성 추구에서 비롯하는 감정이기에, 때때로 우리를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낭만에 젖어들게 한다. 이 같은 감미로운 심리 상태와 관계의 지속이 영원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차츰 서로에게 권태로움을 느끼곤 하는 것이 수많은 연인 혹은 부부들이 겪는 사랑이란 이름의 딜레마다. 그런 의미에서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지속가능한 사랑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연애 지침서가 돼 주리라는 기대를 품게 하기 충분하다. 사랑을 열정이라기보다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그가 소설 속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