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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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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 김만중 | 민음사 몽자류(夢字類) 소설의 효시이자 시대마다 재생산되는 환상 문학의 원형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소설 중 하나인『구운몽』. 1687년(숙종 13년) 서포 김만중이 유배지에서 어머니를 그리며 집필했다고 전해지는 이 소설은, 부귀영화의 한낱 부질없음을 말한다. 그러니까 성진과 팔선녀가 꾸었던 꿈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깨닫게 한다는…… 뭐, 다들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학창 시절 교과서에 일부 실린 것을 배웠던 기억이 여태껏 남아있으니. 그때 일부 읽었던 것 이후로, 비로소 전문을 읽게 된 『구운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여전한 느낌이었다. 무료했던 수업 시간에 읽힘 당했던(?)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읽는 것이므로 조금은 색다르기를, 그러니까 좀더 흥미롭게..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 살림 "세상의 이물질이던 나, 편의점은 나를 정상인처럼 보이게 해줬다." 후루쿠라 게이코(古倉恵子)는 대학 졸업 후 편의점에서 줄곧 알바만으로 생계를 이어온 서른여섯 살의 여성이다. 그녀는 '편의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점원'다워진 모습으로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스스로가 세계의 부품이 되었다고 안심한다. 그것만이 세상의 이물질이었던 자신이, 보통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이. 그렇게 세계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부분에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고방식이나 그에 따른 행동에서 다소 극단적인 면모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인간 형상의 사이보그를 마주하는 듯해 괴이한 인상이었달까. 그러나 한편..
세계의 끝 여자친구 | 김연수 | 문학동네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기에 앞서, '작가의 말'을 읽었고, 다 읽고 나서 한 번 더 '작가의 말'을 읽어봤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회의적이라는 말, 대부분 다른 사람을 오해한다는 말,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한 때라는 말, 그러므로 우리가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 무심결에 읽어 나갔던 것들에서, 이후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고 말았다. 일상에서 내뱉었던 '네 마음을 알아, 널 이해해'라는 말의 무게가 새삼 견딜 수 없이 육중하게 느껴진 탓이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보낼 당시의 나는 추호의 거짓 없는 진심을 말한 것이었다고 여태껏 생각해 왔다. 그러나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애당초 가능한 것인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