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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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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 프레드 울만 | 열린책들 친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던 동급생 두 소년의 아름다운 우정과 이별 그리고 충격과 감동의 마지막 한 문장! 일순간 전율이 온몸을 휘감았다. 마지막 단 한 줄의 문장이 주는 거센 충격과 감동이 한동안의 나를 지배했고,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므로 나로서도 매우 희귀한 경험이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작품이 또 어딨을까.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고, 나치즘이 무서운 속도로 뻗어가던 시기,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배경으로 한 『동급생』은 한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 사이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그 나이대 사춘기 소년들이 그러하듯, 두 소년은 문학과 예술, 낭만과 철학, 이따금 이성에 대해 관심을 둘 뿐이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 풀어야 할 문제를 안고 있지만, ..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 | 김영사 글쓰기는 유혹이다 한 작가의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더욱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면, 한층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책 읽기를 즐기는 누구라도 『유혹하는 글쓰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머리말과 후기를 제외하고, 크게 이력서, 연장통, 창작론으로 나뉜다. 어린시절부터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한 이력서 부분은 그의 소설 속 입담을 고스란히 옮겨와 흥미롭다. 연장통에서는 창작에 요구되는 기본 자세와 도구에 대해 간략히 말하고, 창작론에서는 이것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 제목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스티븐 킹이 연장통에서 지적하는 글쓰기의 가장 기본되는 사항들 ― 적절한 어휘 선택, 간결한 문체와 적확한 문법, 소심..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 이미경 | 남해의봄날 즐거운 기억이 구멍가게에 숨어 있다! 여느 때처럼 인터넷서점을 기웃대다가, 이미경 작가가 그리고 쓴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신간이었는데, 그녀의 정교하고 세밀한 펜화를 보는 순간 매료됐다. 더군다나 구멍가게라니! 20여 년간 전국의 구멍가게를 찾아다니며, 스러져가는 점방을 그려왔다고 했다. 그 시간들은 따뜻하고 정겨웠던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의 힘이고, 동시에 화폭에서 나마 지켜나가고 싶은 희망의 손놀림이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과 감정들이 맞닿아 자연스레 마음이 동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시간의 흔적이 있고 따스함이 있다. 기억 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구멍가게로 가는 길, 모퉁이를 돌면 그곳에는 소박하고 정겨운 행복이 있다." 동..
너무 시끄러운 고독 | 보후밀 흐라발 | 문학동네 절망적이고도 시끄러운 세계의 고독 속에서 실존적 해방을 꿈꾼 어느 늙은 몽상가의 불꽃같은 독백!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한탸는 늘 인간적이지 못한 하늘에 대해 사유한다. 그리고 사고하는 인간 역시 인간적이지 않음을 깨닫는다. ― 똥바가지를 쓴 만차만 보더라도 ― 한 개인에게 닥친 일들은 인간적이어도 지나치게 인간적인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삶은 인간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더럽고 음습한 지하실에서 버려진 책과 폐지 따위를 압축하며 살아온 삼십오 년의 세월이 그를 뜻하지 않게 현자로 만들었다. 이제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오 년 뒤 자신의 압축기와 함께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브니의 거대한 압축기는 그의 오랜 바람을 좌절시킨다. 그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