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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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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 로맹 가리 | 마음산책 베네치아 광대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 기록한 모험, 농담, 사랑의 지독한 성장담 『마법사들』은 18세기 말,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떠나 러시아로 이주한 광대 집안의 이야기다. 당시 유럽 사회를 휩쓸던 변혁의 물결 안에서 살아가야 했던 자가 일가와 그 집안의 마지막 후손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포스코 자가의 성장과 모험을 주로 한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겨우 세 살 반 많은 새엄마 테레지나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유년기를 넘어 평생에 걸친 단 하나의 사랑으로 간직하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그가 테레지나와 함께 보냈던 날들을 회고하며 그 시간들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 중 설레도록 근사한 대목이 있어 옮겨 본다. 사는 기쁨으로 대기에 풍선이 한가득 날아오르는 듯한 시간이었고, 말 한 마디, 웃음 한 도막, 심작박동 한 ..
무경계 | 켄 윌버 | 정신세계사 인간의 본질과 깨달음의 지평에 관한 가장 정교한 통찰 "나는 누구인가?" 청소년기 자아 정체감 형성과 맞물려 시작된 끝없는 존재의 탐구에도, 이 원초적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사고를 위한 의식의 틀에 단단히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혹은 그것 자체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지도 모르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무엇인가가 그것에 이르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음에 분명해 보인다. 저자 켄 윌버는 동서고금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이에 대한 실마리를 풀고 있다. 『무경계』의 기본 메시지는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 당신 자신의 근원적인 자각과 정체성 자체에는 본래 아무런 경계도 없다는 것이다. 당신의 근원적인 정체성을 물질로부터 몸, 마음, 혼, 영에 이..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정희재 | 갤리온 외롭던 내가 가장 듣고 싶었기에, 외로운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31가지 이야기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괜찮다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할 필요 없다고, 잠시 내 어깨에 기대도 좋다고 건네는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정작 그 한마디가 간절했던 순간에도 나는 혼자이기를 자처하는 경우가 대개였다. 고로 누군가의 위로는 애당초 있을 수 없던 셈이었고, 자연히 스스로에게 말이 많아졌다. 나라도 다독이며 응원해야 했으니까. 물론 더러는 외롭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결코 없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건 차라리 주술에 가까웠다. 외로운 사람이란 걸 인정하는 순간 밀려올 아득함이 못내 두려웠던..
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임현 외 | 문학동네 # 01. 「고두(叩頭)」, 임현 인간에게 필연적이기 마련인 자기모순, 그 전형을 한 윤리 교사의 자기 옹호에서 읽는다. 오늘도 누군가는 용서를 구하기 위해 사과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하기로 한다. 오가는 사과와 용서 속에 얼마큼의 진실과 진심이 담겨 있을까. 혹여 용서를 받아내고, 사과를 받아내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도덕이고 정의이고 올바른 세계'(p.26)라 믿어왔고, 또 그래야만 할 우리의 민낯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글이다. 무슨 잘못을 진짜 하긴 했는지, 그걸로 미안한 감정을 가졌는지의 여부는 아무 상관 없단다. 핵심은 그런 말을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뿐이거든. 나는 그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식적이라고? 진정성이라든가 진심 같은 말을 나는 전혀 신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