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01

(4)
숲강아지 | 낭소 | arte 낭소의 몽글몽글 그림 에세이 ‘몽글몽글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숲강아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파스텔 톤의 포근한 그림들이 마음 한 켠의 시린 곳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림 사이사이 짤막한 문장들은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보통의 나날들 안에서 소소하게 느껴왔던, 그리고 멀리 떠나보낸 이후로는 일상의 빈자리를 절감하며 수시로 느껴오고 있는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마치 우리 얘기 같아,라고 공감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 안에서 때론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하지만, 결국 휑했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숲강아지』는 내게 감동스러운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였다. 그림 속의 강아지는 주인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그것에 보답이라도 하려 듯 늘 주인 곁에..
저물 듯 저물지 않는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낮도 밤도 아직은 가거나 오지 않았다 느긋하게 울렁이는 어스름한 녘이다 쉰이라는 나이에 책 읽는 것 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주인공 미노루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그린 『저물 듯 저물지 않는』에는 별다른 이야깃거리랄 것이 없다. 그저 흘러가고 있는 보통의 나날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그 점이 외려 에쿠니 가오리만의 산뜻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 안에서, '소설 속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 안에서 한층 빛을 발하는 인상이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은 일상 안에서 순간순간 느끼는 생각 혹은 감정들을 서슴없이 털어놓곤 하는데, 그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솔직한 면면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령, 미노루와의 부부 비슷한 생활 안에서 누렸던 자유를 호언했으면서도 '진짜 부부', '진짜 가족'을 원해 그의 곁을 떠났던..
우리가 녹는 온도 | 정이현 | 달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당신을 위하여 녹을 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건 눈덩이를 굴렸던 기억, 그 안에 깃든 선한 마음 때문은 아닐는지. 그것만은 사라지지 않고 여기 어딘가에서 반짝이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오늘도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눈덩이를 굴리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혼자 혹은 둘이서, 때로는 여럿이 모여 만든 눈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교감하며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탐색과 노력의 행위로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수록된 이야기들을 읽자면, 자연스레 서로 다른 온도를 품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주목하게 된다. 어떤 상황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그들 사이에서 맺어진 긴밀한 관계 안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적정한 온도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설사 그것이 도저히 불가..
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 샘터사 언제나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삶! 기다림이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설렘과 그리움을 사랑합니다 다가오는 5월, 수도자로서 첫 서원을 한 지 50주년을 맞이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분께서 새로이 펴내신 산문집 『기다리는 행복』과 연말연시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참으로 포근했다. 글로써 전하신 온기 안에서 고운 말씀 간직하며, 가지지 못한 것에 불평하기보다는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을 해본다. 2018년 새해에는 이 보드랍고 따뜻해진 마음을 늘 상기하며, 보다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더불어 수녀님의 따스한 글을 오래도록 만나볼 수 있도록 항상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부디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