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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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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읽어주는 여자 | 모리시타 노리코 | 어바웃어북 음식에 담긴 삶의 서사와 시대의 풍경을 음미하다 저자는 오랜 미식 경험을 바탕으로 능숙하게 음식 이야기를 전한다. 유년 시절 맛보았던 음식에 얽힌 추억을 바탕으로, 그 음식이 어떤 시대적 배경 안에서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 그러니까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각기 음식들이 걸어온 시간들을 한 개인의 추억과 더불어 되짚어 보는 식이다. 가령 외부로부터 들여온 식재료를 자신들만의 조리법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시킨 돈가스나 카레라이스, 고로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한편으로는 학창 시절의 씁쓸한 기억 때문에 기피하게 된 찹쌀 주먹밥과 팜피 오렌지에 얽힌 이야기,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맛을 알게 된 가지 요리와 '오하기'라는 이름의 팥떡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을 사기에 ..
현남 오빠에게 | 조남주 외 | 다산책방 스스로를 믿기로 선택한 여성의 삶을 정가운데 놓은 일곱 편의 이야기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테두리 아래 엮인 일곱 편을 만나보았다. 그중 몇몇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어찌나 숨 막힐 듯 답답하던지, 얼마쯤은 화도 났다. 소설 속 그녀들은 인생의 한 때를 자신을 지운 채 살아왔고, 어떤 이는 그런 삶에 길들여진 나머지 안타깝게도 더 이상의 개선 의지조차 없어 보이기도 했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말이 더 알맞아 보였다. 나는 그 지점에서 분노에 비례하는 슬픔을 느꼈던 것 같다. 누군가의 아내이고 며느리이고 엄마라는 굴레에 갇힌 그녀에게 정녕 자유 의지란 없는 걸까.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과감히 목소리를 낼 순 없었던 걸까, 책망하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냥 한 사람만을 탓하기에는 ..
今日も怒ってしまいました(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益田ミリ | 文春文庫 화를 내는 일은 날마다 가볍게 찾아오는 것 저자는 화를 내고 말았던 자신의 에피소드를 풀어놓으며, 당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 일화들을 차례로 만나다 보면, 그 대상은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일 때도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가까운 이에게서 비롯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러는 그 화가 자신을 향해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로 인한 화는 잠시 스쳐 지나고 마는 별 것 아닐 때도 있지만, 며칠을 끙끙 앓을 정도로 치밀어 오르는 화일 적도 있다. 그러고 보면, 일상에서 ‘화’라는 것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감정인지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머리말에 보면, 작가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 화에 슬픔이 포함되어 있는지? 혹 그렇지 않다면, 그 화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고. 그러니 구원받..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 수오서재 삶을 사랑한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자전 에세이! 76세에 시작해 101세까지 그림을 그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모지스 할머니(GRANDMA MOSES)의 인생을 담은 자전 에세이다. 형제 많은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열두 살 나이에 가정부 일을 하게 된 어린 시절부터 결혼 후 남부로 터전을 옮겨 농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버터와 감자 칩을 만들어 생계를 꾸리던 날들, 이후 고향인 북부 이글 브리지로 돌아와 황혼의 나이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해 세계적인 화가로 거듭난 삶에 대하여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걸어온 지난날들을 회고하며, 좋았던 날들 만큼이나 힘든 나날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껴안고 묵묵히 걸어 나갔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비로소 많은 사람들 앞에 당당히 말한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