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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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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사람 | 장 지오노 | 두레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감동적이고 가슴 따듯한 소설 프로방스 지방의 한 고원지대에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가 된 남자, 엘제아르 부피에는 남은 생을 나무 심는 일에 열중하기로 한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사람들의 탐욕에 황무지가 됐던 땅에는 차츰 나무들이 자라나면서 울창한 숲을 이룬다. 이에 자취를 감추었던 새와 동물,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면서 황폐했던 이전의 모습은 지우고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해간다. 이 짧은 이야기에 담긴 한 남자의 세상을 향한 헌신적 삶의 태도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날로 무분별하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우려와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이기심,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더없이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나무 심는 남자가 일생을 ..
센서티브 | 일자 샌드 | 다산지식하우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나는 민감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발 딛고 서 있어야 할 세상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말하자면 사람들에게 까탈스럽고 유난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내 나름으로는 그런 자신을 얼마쯤은 지우고 무던하게 살고자 애쓰는데 꽤 많은 에너지를 할애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런 탓에 제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유쾌한 시간을 보내더라도 집에만 들어오면 방전되듯 풀어지는 긴장감과 밀려오는 피로감에 곧잘 녹초가 되곤 했다. 괴리감도 날로 커져만 갔다. 심지어 어느 순간, 내 스스로조차도 어느 하나 두루뭉술 지나가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 민감하고 예민함을 감추기 위한 보호색과도 같은 임무는 내 스스로가 부여한 것임..
한여름의 추억 | 한가람 | 북로그컴퍼니 한겨울에 만끽하는 청량하고 눈부신 한여름의 로맨스 지난 2017년의 마지막 날 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기로에서 혼자, 조금은 헛헛한 마음으로 방 안에 켜놓은 향초 불꽃을 멍하니 바라봤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DJ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가 딴생각에 잠시 골몰하다가를 반복하다가 얼마 지나지 못해 이번에는 책을 읽어볼까, 소설책을 쥐고 한참을 있기도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도무지 집중할 수 없는 날이었다. 그러다 TV를 켰고, 건성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 여주인공이 갑작스레, 것도 아주 느닷없이 죽으면서 바짝 신경을 집중하고 2부를 보기 시작했었다. 그때 본 게 ‘한여름의 추억’이라는 2부작 단막극이었다. 나는 그날 한여름(여자 주인공)을 만나, 그녀에게서 얼마간의 내 모습을 투영했던..
그 겨울의 일주일 | 메이브 빈치 | 문학동네 “온갖 사연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치유 공간 호텔 스톤하우스, 이곳의 다음 손님은 바로 당신입니다!” 아일랜드의 서부 해안, 스토니브리지의 낡은 저택 주인 미스 퀴니는 고향에 돌아온 치키에게 자신의 집을 호텔로 개조해 운영해 보길 제안한다. 치키는 고민 끝에 뉴욕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스타부인으로서 호텔을 이끌어 나가기로 결심한다. 한편 리거는 더블린에서의 방탕한 생활 끝에 도망치듯 발 디딘 엄마의 고향 스토니브리지에서 치키의 도움을 받아 호텔 지배인으로서, 카밀을 만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새 삶을 시작한다. 런던에서의 고된 생활 중에 잠시 돌아와 치키 이모를 돕는 올라 역시 호텔 스톤하우스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세계 각지로부터 손님들이 속속 찾아온다. 그렇게 호텔 스톤하우스에 모..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 민음사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 어딘지 모르게 내키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들춰보지 않아도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82년생 김지영의 암담한 모습을 구태여 활자로까지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리라. 분명 겁내 하며 회피하고 있었고. 그래서 얼마간은 비겁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또 다른 글, 「현남 오빠에게」를 우연히 읽고, 소설 속 그녀가 만남 이래 줄곧 속박 당해 왔던 강현남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걸어가겠다고 선언하는 다부진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이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겼으니까. 과거에 비해 남성과 여성을 차별 짓는 것들이 확연히 줄어든 시대임에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녀들의 삶을 옥죄고 제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