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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고슴도치의 소원 | 톤 텔레헨 |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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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예민하고, 겁 많고, 생각은 더 많은 고슴도치가 내미는 작은 손
조금 외로워도, 조금 불안해도, 그런대로 조금은 행복한 이야기

 

 

 

자신의 가시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여기는 고슴도치는 온종일 침대 및 어둠 속에 머무르며 그곳만이 제일 안전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실은 몹시 외롭다. 고심 끝에 숲 속 다른 동물들을 초대하는 편지를 써 보지만, 걱정 많은 고슴도치는 아무도 초대에 응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차마 보내지 못한다. 그저 머릿속으로 초대받은 여러 동물들의 방문을 상상할 뿐이다.

 

 

나는 이상해. 겁을 주고, 외롭고, 자신감도 없어. 내겐 가시만 있어. 그리고 누군가 나를 찾아와주길 원하면서 또 누군가 오는 걸 원하지 않아… 나는 대체 어떤 동물이지!    - p.148

 

 

난 혼자가 편해, 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집에 누군가가 찾아와 주길 바라는 고슴도치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상대에게 손을 내밀었다가 혹여 거절 당할까 두려워 한참을 망설이는 그 소심하고 여린 존재에게서 얼마간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말았던 것이다. 상처 받을 것을 앞서 걱정하며 멈칫하다가 결국 뒷걸음질치고 말았던 무수한 상황 속의 나는 한없이 작았었으니까. 조금 더 부딪혀봐도 좋으련만 지레 겁먹고 마는 건, 그만큼 알게 모르게 관계로 인해 생긴 크고 작은 상처들에 비례함이 분명하다. 그래서 한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과 해명 사이 어딘가 쯤에 내가 서 있었기에. 나와 타인 사이의 관계, 그 적당한 거리의 유지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부쩍 절감하면서, 고슴도치의 작은 소원이 어쩌면 나의 바람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직 다람쥐의 편지만 달랐다. "정말 즐거웠어." 그리고 그 아래엔 "조만간 또 만나자!"라고 쓰여 있었다. 고슴도치는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또 만나자……. 고슴도치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말이었다. 이제 고슴도치는 잠이 들었고, 겨우내 깨지 않았다.    - p.206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기에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때때로 누군가가 찾아와 주길 바랐던 고슴도치의 복잡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조만간 또 만나자.”고 말 건네준 다람쥐의 덕택이었다. 그 사소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든 따뜻한 격려이자 응원의 한 마디가 될 수도 있음에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고슴도치들이 다람쥐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고슴도치의 소원 - 6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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