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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좀도둑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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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가족을 넘어 ‘인연’을 말하는, 여름을 닮은 소설!

 

 

 

세상을 바라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과 감성을 좋아한다.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가 아닌, 우리 주변 어디에서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평범하고 소박한 소재를 더없이 잘 풀어내는 이유다. 더욱이 가족이란 무엇일까, 그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뒤바뀐 아들을 대하는 부모의 심정과 심경의 변화를 통해 자식과 부모의 관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했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배다른 동생을 받아들이는 세 자매가 비로소 네 자매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최근 『어느 가족』이라는 타이틀로 개봉한 영화 역시 비슷한 선상에 있다. 『좀도둑 가족』은 영화 『어느 가족』을 고레에다 감독이 직접 소설화한 영화 소설이다.

 

『좀도둑 가족』 에 등장하는 조모와 부모, 자식이 함께 사는 가족의 형태는 근래 그 수가 현저히 줄었을지언정 외관상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함께 살게 된 과정과 그들이 이어가는 생계 과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야말로 우리 주변에서 쉽사리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구성원의 조합인 것이다. 얼핏 그간 영화에서나 소설에서 보여준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 가족의 속내를 알고 나니, 어딘지 불완전해 보이고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외려 그 안에서 한층 견고하게 다져지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차츰 여태껏의 의구심을 지우게 되는 점이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욱이 그 과정 안에서 자연스레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것 역시 흥미롭다. 물론 합법적이지 않은 일의 도모가 가져온 결말은 그리 밝지 못한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집에서 어울렸던 시간들과 그에 비례하게 커진 서로에 대한 진심을 의심하거나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피를 나눈 것 이상의 애틋함을 보여준 이유리라.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임에 분명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끈끈한 유대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가족’이라도 불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노부요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하쓰에도 이 없는 입을 크게 벌린 채 웃고 있었다. 즐거웠다. 이런 즐거움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이 정말 엄마라면 좋을 텐데.’ 노부요는 마음속으로 되뇌어보았다.    - p.127, 128

 

 

 

 

 

좀도둑 가족 - 8점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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