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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백영옥 |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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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일상 곳곳에서 수집한 치유의 밑줄들

 

 

 

프롤로그에서 늘 책방을 열고 싶었다는 저자. “그 서점이 약국 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책 속의 문장을 약 대신 처방해 주는 동네 약방처럼요.”(p.8)라고 덧붙이면서. 꽤 흥미로운 바람이고, 진짜 그런 서점이 있으면 어떨까, 정말 좋겠다고 상상해 봤다. 마음이 아플 땐, 약보다는 진심으로 와닿을 수 있는 따뜻한 위로와 치유의 문장이 훨씬 탁월한 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런 문장을 약 대신 처방해 주는 서점은 내가 아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가 보물 찾기를 하듯, 책 속에서 보석 같은 문장을 아주 우연히 발견하곤 하는 게 보통이니까.

 

백영옥 에세이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는 이 한 권의 책으로써 저자가 바라 마지않던 ― 약국과도 같은 ― 서점을 대신하고 있다. 저자의 일상과 그 안에서 꾸준하게 해 온 독서를 통해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왔던 소중한 문장들을 선별하여 한데 모은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책 제목에도 쓰인 ‘그냥’이라는 단어는 마음속에서 유독 곱씹어 보게 한다. 언뜻 보기에 성의 없어 보이는 단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냥’처럼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단어가 또 어디 있을까 싶었던 거다. 이유 불문하고 나에게 혹은 타인에게 ‘그냥’ 일 수 있는 순간들이 우리 삶엔 정말로 필요하다고 절감하면서.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 혹은 계산적으로 행하는 것에 익숙한 일상의 모든 것들이 결국 내 영혼을 지치게 만들었다는 자각에 다름없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만 내뱉을 수 있는 말이기에 ‘그냥’의 순간들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옆집 언니 같은 친근한 화법이 더해져 한결 편안하게 문장들이 다가온다. 그 안에서 분명 누군가는 공감하며 가슴 뭉클해지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 더불어 새삼 일상의 곳곳에서 부유하던 익숙한 단어들이 만들어 낸 따스함에 감탄도 하게 된다.

 

한동안 품 안의 온기에 그토록 매달렸던 것 역시 수많은 ‘그냥’들로 증명될 수 있을는지.

 

 

 

가장 좋은 건 그냥 안아주는 겁니다. 가장 큰 위로는 말이 아니라 함께한 많은 ‘그냥’들로 증명됩니다. 뚜벅뚜벅, 시계 초침이 말없는 방 안을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의 발자국들이 눈에 보일 듯해요, 가만한, 시간이 흐릅니다. 침묵은 정적과 달라요. 침묵은 말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때의 침묵은 사방을 투명하게 만들어 당신의 아픈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하니까요. 이럴 때의 침묵은 그저 흘러넘쳐도 좋아요. 햄릿처럼 한 번 더 말해봅니다. “내 영혼아, 조용히 앉아 있자!” – p.98, 99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6점
백영옥 지음/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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