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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18

역사의 역사 | 유시민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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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왜 역사를 읽는가, 어떻게 역사를 쓰는가
역사로 남은 역사가와 역사서를 탐사한 지식 르포르타주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역사는 시대를 막론하고 누군가에 의해 쓰여 왔고, 불특정 다수는 그것을 읽어 왔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 무한 루프 안에서 인류는 무엇을 위해 오늘도 역사를 쓰고 읽으려 하는 것일까. 대다수는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추측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나 역시 근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그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 했던 생각과 감정들에 한껏 교감하는 것은 물론, ‘서사의 힘’이 주는 재미 역시 만끽할 수 있었다. 한편 우리는 역사를 타산지석 삼아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데, 이는 곧 시공간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인류 본연의 가치와 불변의 진리가 존재하고, 그렇기에 인류는 역사서를 매개로 그것을 탐구하고자 탐독하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이 행했던 사고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보통 ‘역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 말했던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H. Carr)가 떠오른다. 그 명문을 가만히 읊조리며,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선언했던 크로체의 말 역시 상기해 본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과거의 사실을 선별하여 역사가의 손에 의해 쓰인 역사는 제 아무리 오래된 일이라고 할 지라도 현대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과거와 현재의 뗄 수 없는 관계의 특수성을 말한다. 이는 역사의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근간이 되는 지점이기도 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와 더불어 과학자에 의해 쓰인 역사서 『총∙균∙쇠』의 저자 다이아몬드가 주장한 환경론과 세계 무대를 장악한 사피엔스 종과 그들 앞에 놓인 미래의 명암을 냉철하게 이야기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동시대 쓰인 역사서인 만큼 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다가온다.

『역사의 역사』는 서구 역사의 창시자였던 헤로도토스와 투기디데스를 시작으로 사마천과 랑케, 민족주의 역사학자 박은식∙신채호∙백남운, 카와 토인비에 이은 역사와 과학을 통합한 다이아몬드와 하라리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역사가와 그들이 남긴 역사서를 통해 역사의 역사를 도모한다. 덕분에 우리는 저자가 패키지 여행에 비유했던 이 책을 통해, 방대한 역사의 역사에 한결 쉽게 다가갈 기회를 얻는다.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다룬 역사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흥미로운 역사의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얻었고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게 다가온 것은 저자들이 문장 갈피갈피에 담아 둔 감정이었다. 역사의 사실과 논리적 해석에 덧입혀 둔 희망, 놀라움, 기쁨, 슬픔, 분노, 원망, 절망감 같은 인간적 ∙ 도덕적 감정이었다.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음을 거듭 절감했다.    - p16, 17

 

 

 

 

 

역사의 역사 - 10점
유시민 지음/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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