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8

쾌락독서 | 문유석 | 문학동네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기본적으로 책 읽는 데는 너른 만족감이 자리한다. 한동안의 시간을 즐겁게도 하고 위로와 감동을 주기도 하니까. 더불어 나란 사람의 사고를 넓히고, 타인과 그들의 삶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의 씨앗을 쉼 없이 싹 틔우게도 한다. 결국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를 확장시켜 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므로 도무지 읽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 읽는 즐거움을 아는 이를 만나는 것은 반길 일이다. 올 초 흥미롭게 읽은 『개인주의자 선언』의 저자 문유석 판사가 새로이 선보인 『쾌락독서』를 선뜻 손에 쥐었던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였다. 자칭 책 덕후가 자신의 독서 인생을 솔직하게 담았다는 이 책은, 책을 좋아해서 꾸준하게 읽어온 저자의 독서 이야기인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책 읽기는 학창 시절을 거쳐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 시기와 판사가 돼 매일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동료들과 독서 모임을 하면서 등 근래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해온 여태껏의 독서 인생 망라로도 볼 수 있겠다. 그 안에서 단연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의 편식 독서에 대한 고백이 아닐는지. 책 읽기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했다는 저자에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 편식 독서의 당당한 선언이 눈길을 끈다. 분야에 한정 짓지 말고 두루 읽자는 게 내 기본적인 생각이긴 하나, 그런 탓에 가끔씩 어려움을 겪곤 한 이유다. 말하자면, 저자와는 달리 읽고 싶은 것만 읽지 못해 생긴 애로 사항이랄까. 독서를 하면 할수록 확고해지는 취향이라는 것이 도리어 독서의 범위를 한정 짓게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우려가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과제, 이를테면 책 꽤나 읽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혹은 모두가 읽어야만 한다고 한결같이 입 모으는 필독 독서 주변을 서성이며 초조한 마음으로 읽는 경우다. 물론 그렇게 만난 책들 중에 의외로 흥미롭고 유익했던 책도 분명 있었다. 문제는 고역 같은 책 역시 필연적으로 맞닥뜨린다는 데에 있다. 그럼에도 쉬이 접지 못하고 끝끝내 마지막 페이지까지 확인 후 완독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 가며 세간에서 들려오는 평가에 편승한 자기기만의 감상도 더러는 해오지 않았나 뜨끔했던 것이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면서도 주체적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미심쩍은, 그러니까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저당 잡힌 독서를 해왔다는 자괴감이 불현듯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것이리라. 보다 주체적인 독서를 하자고, 정말 아니다 싶은 책은 과감히 덮을 줄도 아는 독서를 하자고 새삼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대목이었다.

『쾌락독서』는 저자가 밝힌 바, ‘간결하면서도 솔직하고 위트 있고 지적이되 과시적이지 않으며 적당히 시니컬한’ 글 취향을 고스란히 구현해낸 독서 에세이다.

 

 

 

글이란 쓰는 이의 내면을 스쳐가는 그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공감을 받을 만한 조각들의 모음이다. 나는 그래서 책이 좋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커피 두 잔 값으로 타인의 삶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엿보는 것이다. 그것도 쓴 사람 본인이 열심히 고르고 고른.    - p. 183

 

 

 

 

 

쾌락독서 - 6점
문유석 지음/문학동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