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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0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 마스다 미리 | 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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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러 - 알라딘]

 

 

 

적당히 즐겁고 나름대로 괜찮은 어른의 나날들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의 글들이다. 일상 속 에피소드는 물론 그때그때의 감정들에 충실하면서도 과장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는 솔직함이 돋보이는 까닭이다. 더욱이 여기에 묶인 글들은 그녀가 삼십 대 후반에서 마흔을 맞이하는 시기에 적은 것들이어서 이 무렵을 통과하고 있는 여성들이 읽는 다면 한층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리라.

그녀의 만화와 에세이를 좋아해서 여태껏 꽤 많은 책들을 읽어 왔는데, 그 안에서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그녀를 알게 해 준 첫 책인 데다가 가볍지만 긴 여운을 남긴 만화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아끼고 있다. 여기에 『주말에 숲으로』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책 중의 하나인데, 이 무렵의 나 역시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에 관심이 높던 시기여서 세 명의 주인공들 사이에서 함께 맞장구치며 공감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을 처음 세상에 선보이던 시기에 쓰인 글이 공교롭게도 이 책에 실려 있었는데 거기 적힌 그녀의 마음, 그러니까 기쁨과 설렘, 걱정과 바람이 뒤섞인 속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 안에서 한껏 뭉클해진 마음을 얼마간 품고 있어야만 했는데, 그것은 글과 그림 곳곳에 깃든 작가의 순수와 열정, 희망이 전해져 온 이유였다. 그 안에서 나는, 그녀에 대한 고마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입때껏 그녀의 만화와 글을 꾸준히 만나온 독자들이 읽는다면 더 좋을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일러스트레이터이기 전의 인간 마스다 미리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전문대를 졸업한 뒤, 나는 무섭고 무서워서 울기만 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른의 세계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한 번 더 시험을 쳐서 대학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돈도 없다. 일단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일했다. 그림과는 관계없는 사무직 아르바이트였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불 속에서 “무서워, 무서워” 하고 정말로 매일 울었다. 그후 취직하고, 상경하고, 이래저래 현재에 이르렀지만, 지금도 봄이 올 때마다 “무서워, 무서워” 하고 울던 스무 살의 내가 생각난다. 그것은 어른이 되기 위한 눈물이었다.    - p.82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 8점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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