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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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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유현준 | 와이즈베리 우리를 품은 도시에 말을 건다는 것 ‘머릿속으로 별자리를 되짚어본다. 나를 형성한 공간은 어디인가.' (p.411) 저자는 유년 시절의 최초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 시점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형성한 공간들을 순차적으로 되짚어본다. 나아가 현재 발 딛고 있는 이 도시에서 애착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공간, 이를테면 한남대교 다리 밑이나 잠수교, 한강시민공원과 영화 감상 후 집까지 사색하며 걷기에 최적인 곳에 자리한 CGV, 동네 놀이터, 창가 스툴 자리와 침대를 거실로 옮겨보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 예찬의 시선을 좇는 일이 자못 신선하고도 흥미롭다. 그것은 한 개인의 은밀한 사적 시선인 동시에 건축가적 감수성이 보태어져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도모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는..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 작가정신 우리 시대의 영원한 이웃, 박완서를 다시 만나는 시간 삶의 진리가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드러난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 담긴 48편의 짧은 소설이 그렇다. 1970년대 한창 분주하게 산업화를 추진해가던 시기와 맞물린 급격한 사회 변화 안에서 대개의 사람들은 넘실대는 시류에 편승해 가장 현대적인 것에 안착하고자 제 나름의 애를 썼다. 그 안간힘 속에서 계속되는 나날은 반세기를 훌쩍 흐른 오늘에 바라보아도 그리 이질감을 느낄 수 없다. 그것은 어느 시대 건 뒤쳐지지 않고 첨단의 것을 온전하게 누리길 바라는 이들의 욕구와 열망이 전연 다르지 않고, 무엇보다 사랑과 결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란 사람을 기준으로 내가 맺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라는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할..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20세기 최대의 지적 추리 소설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1327년 11월의 어느 일주일 간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다. 첫날의 아델모를 시작으로 밤 사이 죽임 당한 채 시체로 발견되는 수도사들이 늘어갈수록 의문은 커져만 가는데, 영국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박식한 수도사 윌리엄과 그의 필사 서기 겸 시자로 시봉된 이탈리아 멜크 수도원의 젋은 베네딕트회 수련사 아드소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미궁에 빠진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그 안에서 7일이라는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치밀한 구조가 단연 인상적인데, 사건의 주동자는 물론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결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더욱이 각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생생한 묘사는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살..
한때 소중했던 것들 | 이기주 | 달 지금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지난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것들이다 산문집 제목인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조그마니 따라 읽자니 그 뒤로 말줄임표가 길게, 아주 길게 늘어서고 만다. 그 점점이 늘어선… 뒤에 숨은 것은 필시 한때 소중했던 것들에 대한 아련함과 진한 아쉬움이 한데 뒤섞여 뭉글해진 감정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런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아예 깨끗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말줄임표는 오늘도, 내일도 어쩌면 영원히 이어지지 않을까. 이기주 작가의 『한때 소중했던 것들』에 담긴 글들은 그 말줄임표 뒤에서 한창 서성이고 있는 감정의 날 것, 혹은 그 한참 뒤에 남은 어떤 잔여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랄 수 있겠다. 대개는 지난날의 기쁨과 행복, 안도의 대상들이 이제와 도리어 슬픔과 좌절, 상실이 되어 비수로 꽂히..
世界は終わらない(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 益田ミリ | 幻冬舍 마스다 미리, 남자들의 마음을 이야기하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하면 자연스레 수짱으로 대표되는 여성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여태껏 여자들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유쾌하게 대변함으로써 많은 공감을 산 덕분이리라. 그런데 이번에 만난 만화 에세이 『世界は終わらない』는 조금 달랐다. 32세 독신 남성인 쓰치다를 주인공으로 하여,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어 나가고 있는 이유다. 낮에는 서점에서 일하며 책 진열 및 정리는 물론, 고객이 찾고 있는 책을 돕거나 추천한다. 업무 중에 혹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웃 서점을 살피며 생각을 구체화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동료나 상사를 설득하고자 분투하는 일에도 충실하다. 나아가 일상의 대부분을 서점에서 보내며 ‘책’을 매개로 일상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