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책/2024
대온실 수리 보고서 | 김금희 | 창비
별별조각
2024. 12.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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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삶을 수리하고
미완으로 남은 인간의 소망을 재건하는
눈부신 발걸음
저마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것은 절대적 그것과 구별되는, 오로지 그 안에 속한 존재의 온전한 몫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므로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가닿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각자에게 부여된 운명이고 과제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창경궁 대온실 수리 보고서 기록 담당이었던 영두는 지난날의 상처받은 기억을 마음속에 묻어 두었지만, 대온실 복원의 과정 안에서 — 나아가 그 공간과 연을 맺은 적 있는 모두의 삶에서 — 비로소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것은 잘라내지 못하고 통째로 버려야만 했던 아픔이고 불행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보듬고 나아갈 수 있는 그녀만의 때가 찾아온 것이리라.
산아는 왜 옛날이야기들은 이렇게 슬프게 끝나는지 모르겠다고, 역사책 읽을 때마다 해피엔드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너무 옳은 말이라서 또다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역사가 슬픈 건 죽은 이들 때문일 수도 있고, 늘 미완으로 남는 소망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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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 ![]() 김금희 지음/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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