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책/2025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 복복서가
별별조각
2025. 4. 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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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 삶이라는 사건
예측 불가하고 불공평하고 질서 없는 진짜 인생을 사유하다
“단 한 번의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그것 이외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사람들은 온 생애에 걸쳐 불공평하다고 믿는다. 다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순전히 자기 자신에게 속한 일인 것이므로 그저 분투에 가까운 삶을 착실하게 살아갈 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치열함에 치여 정작 자기 자신을 모른다. 때때로 가족과 그 주변의 가까운 이들에 대해서 알은 체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낭패감에 맞닥뜨린 경험 역시 심심찮게 있지 않은가. 김영하 작가의 산문 안에서 그런 삶의 얄궂은 속성을 마주한다. 더불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분명하게 내가 살아온 삶이지만 그때의 나는 당혹스러울 만큼 의외의 선택을 하기도 했었고, 때로는 전혀 나답지 못한 선택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나란 사람은 누구인 걸까. 중요한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 사실 뿐이리라. 그리고 확실하지만 여전히 어렴풋하게 나란 사람을, 그리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을 안다고…, 알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알 수 없으리라.
인생은 중간에 보게 된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다. 처음에는 인물도 낯설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이유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 무겁게 남아 있는 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바로 그런 상태로 우리는 닥쳐오는 인생의 무수한 이벤트를 겪어나가야 하고 그리하여 삶은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어떤 부조리로 남아 있게 된다. 이 부조리에다 끝내 밝혀지지 않은 어떤 비밀들, 생각지도 않은 계기에 누설되고야 마는, 굳이 숨길 필요도 없어 보이는 사소한 비밀들까지 더해진다. - p.20, 21 「엄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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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 ![]() 김영하 지음/복복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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