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 Tristesse
프랑수아즈 사강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슬픔이여 안녕』은 오래전 읽었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통해 감탄해 마지않았던 유려한 심리 묘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십 대 후반의 소녀 ‘나(세실)’가 아버지의 여자인 엘자와 안 사이에서 마주하게 되는 혼재된 심정, – 이를테면 시기하고 질투하며 분노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상대를 향한 동경과 경외, 감탄의 마음을 품으며, 때로는 은근한 멸시와 조소를 서슴지 않으면서도 연민하고 동정하기도 하는 – 그 예민한 정서적 변화를 날카롭고도 섬세한 필치로 적고 있는 까닭이다. 그 안에서 ‘나’는 결핍과 욕망, 사랑과 실연, 애증과 고통, 상실과 후회를 넘나 들며 혹독한 내적 성장통을 겪는다. 그 와중, 아버지와 재혼을 앞둔 안의 비극적 결말은 ‘나’로 하여금 이전에 알지 못했던 세계로 자신이 접어들었음을 비로소 인지하게 한다.
그해 여름을 소녀는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기만적 태도로 미묘한 신경전은 물론 상대방을 시험에 들게 하는 행위마저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가 급작스러운 안의 부재를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던 그때를. 지난날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자연스레 자기 안에 침잠한 슬픔의 감정과도 처음 대면해야 했던 그때를 말이다. 이후 자신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 공동체의 일부가 되었음을 직감도 했으리라. 성인으로 향하는 문턱에서 한 번쯤 골몰하기 마련인 인간 존재의 보편적 성장 이야기로도 치환되는 까닭에 한층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장악해온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제목을 눈으로 흘기며 아무런 의심 없이 헤어짐의 ‘안녕’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막바지에서야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슬픔이여 안녕에서의 ‘안녕’이란 비로소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만남의 인사였던 셈이다. 이제 슬픔을 알게 된 소녀는 이전의 자신, 유년의 세계와는 결별을 고한 채 이전에 없던 세계를 향해 나아가리라. 물론 이어질 나날은 슬픔과 함께할 것이다.
다만 파리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만이 들려오는 새벽녘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때때로 내 기억이 나를 배신한다. 그해 여름과 그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안, 안!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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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 - ![]()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arte(아르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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