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이야기 (678) 썸네일형 리스트형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건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민음사 지배 계급의 위선을 고발하고 로고스 중심의 서구 문명의 위험을 경고한 걸작 지킬 박사는 명성과 지성, 인성을 갖춘 선한 인물인데 반해 하이드 씨는 그 자체로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추악한 인물이다. 하지만 널리 알려졌다시피 그들은 동일인이다. 그렇다면 두 얼굴의 인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어떻게 바라봐야 마땅할까. 애초에 지킬 박사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약을 마시고 하이드 씨로 변신했다. 세간의 시선 탓에 숨겨온 내적 욕망을 하이드라는 새 인격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하여 일탈과 악행의 쾌감을 즐겼다. 다만 주목할 점은 그러면서도 지킬 박사는 하이드 씨가 저지른 일에 대하여 자신과는 무관한 일 혹은 자신 역시 어쩔 수 없었던 고통스럽고 기이한 상황으로 정의하며 선 긋고자 했음에 있.. 할매 | 황석영 | 창비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고 장엄한 세계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위대한 이야기 육백년의 한반도 역사와 스쳐간 모든 생명들을 향한 대서사시다. 그 안에서 단연 팽나무 ’할매’는 이야기의 구심점이 되어 모든 순간들을 아우르고 있다. 제 몸에 아로새기며 켜켜이 쌓아온 시간들에 대하여 존재 그 자체로서 세상을 향해 묵묵히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자리에서 끈질기게 견뎌 내고 있다고. 이는 탐욕과 집착에 눈먼 인간들을 향한 경고인 동시에 합심하여 지켜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각성케 하기도 한다. “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p.46, 47)는 문장의 적확성에 일찍이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연유이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모든 생명체들의 생과 사, 그 유기적 관계 .. 남극 | 클레어 키건 | 다산북스 어리석고 게으르고 심지어 위험한 구시대를 향하여 더 이상 묵인하지 않겠다는 서늘한 선언 전통적 가치관이 팽배한 세계에서 여성들은 대개 슬프고 불행하다. 곤경에 빠져 절망하기도 하고 처절하게 배신 당하기도 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한 채 공평하지 못하게 살아간다. 그리하여 심지어는 미치기도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을 향한 감시와 억압,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상황을 타개하고자 골몰하는 강인한 존재이기도 한 연유다. 그것이 『남극』에 엮인 열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클레어 키건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으리라. 그런 까닭에 구시대의 모든 불합리한 것들과 작별하기를 원한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나는 이해했다. 그 다짐과 선언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최소한의 삼국지 | 최태성 | 프런트페이지 최태성의 삼국지 고전 특강 “이것으로 『최소한의 삼국지』를 마치겠”(p.351)다는 마지막 문장에 다다라서야 내가 붙들고 있던 것이 단순히 삼국지를 압축 요약한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큰별쌤만의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진 열정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강의였음을 크게 실감했다는 소감부터 적어야겠다. 더욱이 십여 년 전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를 애써 완독 하고서도 ‘문학적 건망증’ 탓에 희미해지고 파편화 돼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던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비로소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어서 감사함과 동시에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천 년 전, 중국을 배경으로 삼분천하를 다투며 오직 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 겨루던 이들의 치열한 이야기 안에서 수많은 인물들의 공과를 통해 오늘날 여전히 유효하게 다가오는..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스즈키 유이 | 리프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일본의 저명한 괴테 연구자인 히로바 도이치는 결혼 25주년을 맞이하여 아내 아키코와 함께 딸 노리카에게 이끌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간다. 그곳에서 식사 후 디저트를 즐기던 노리카와 아키코는 홍차 티백 꼬리표에 인쇄된 글자에 관심을 보이는데, 마침 도이치가 마시던 홍차 티백 꼬리표에 적힌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와 그 아래 적힌 ‘Goethe’라는 글자는 그와 괴테 사이의 특별한 인연을 새삼 상기시키며 마음속을 흔든다. 그리하여 티백 꼬리표에 적힌 문장의 출처를 찾고자 괴테 전집을 뒤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청해 보지만 답보 상태는 이어진다. 하지만 그럴수.. 살아 있는 기도 | 안토니 블룸 | 가톨릭출판사 살아 있는 하느님을 찾고, 만나고, 친교를 나누기 위해 떠나는 여정 기도란 무엇일까. 저자이자 정교회 대주교인 안토니 블룸은 “하느님과 만나는 것”(p.165)이라고 정의하며, 지속적인 만남 안에서 올바르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님의 뜻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기도의 유일한 목표이며 또한 올바른 기도의 기준”(p.104)임을 덧붙이기도 한다. 더욱이 “영혼의 모든 힘과 육신의 모든 능력이 완전히 평화롭고, 조용하고, 차분하여 혼란이나 불안 없이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p.189) 즉, 침묵 안에서 비로소 이상적 기도가 가능함을 역설한다. 신앙인이라면 마땅히 진실된 마음과 태도로 성실히 기도에 임해야 함은 당연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리라. 『살아 있는 기도』.. 바닷가의 루시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문학동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가장 생생하고 동시대적인 ‘루시 바턴’ 이야기 루시는 남편 데이비드와 사별하고, 첫 남편이자 이제는 친구 같은 윌리엄과 함께 메인주 해안가에 위치한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전 세계를 빠르게 감염시키고 있는 바이러스의 영향이었다. 물론 그곳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거리를 유지한 채 지내야만 했는데. 더욱이 뉴욕에서 온 그들에게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지역 사람들을 마주하며 당혹스러워하는 한편, 어린 시절 살던 집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오빠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고도 갈 수 없는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운 상황 안에서도 삶은 흐르고 있었고, 루시는 차차 깨닫게 된다. “우리는 그저 한 시기를 통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 50가지 성탄 축제 이야기 | 안셀름 그륀 | 분도출판사 성탄의 빛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소속 안셀름 그륀 신부는 성탄 축제와 관련하여 50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각기 짧은 글에 붙여진 소제목이기도 한 이 키워드들은 대림 시기, 다가오는 성탄을 기다리며 그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유용한 묵상의 제시어가 되어 준다. 특히 이야기에 앞서 실마리를 통해 “성탄의 표징들이야말로 이 축제의 성격을 느끼게 하리라고, 새로운 삶을 가능케 하리라고 말하는 것, 이것이 관건일 거라고 누군가 그랬다”(p.13)는 꿈속 이야기를 전하며, 그것이 자신의 소망이기도 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 덕분인지 대림 주간, 삶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묵상함으로써 성탄을 맞아 새로운 시작의 표징으로 삼아야 함을 깨우치게 한다. 그 .. 이전 1 2 3 4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