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은 장미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장미의 이름은 장미 | 은희경 | 문학동네 나를 잊기 위해 떠나온 곳에서 뜻밖에 나 자신이 선명해지는 감각 인생의 가장 예외적인 시간이 나에게 남긴 모든 것 일상 아닌 곳으로 발걸음 하는 일이 내게는 정기적인 의례와도 같았다. 실상 그것은 외로운 일이었고 손톱만큼의 서러운 일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일말의 전환과 이를 위한 정신적 쉼을 갈구하던 나에게 그것은 감수할만한 값어치로 여겨졌다. 나 이외의 다른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고 내키는 대로 어디로든 내딛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이 삶이 오직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의 의지로만 매듭지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안도의 작업이기도 했으니까. 거짓 없는 감정과 그에 따른 행위는 공간이 주는 낯섦 안에서 한층 유연하고도 대담해질 수 있었고, 그런 여유 있는 자신을 만나는 일이 퍽 근사하게 다가왔던 것 일수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