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별책/2016

7년의 밤 | 정유정 | 은행나무

반응형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
당신이라면 저주받은 생을 어떤 타구로 받아칠 것인가

 

 

 

7년의 밤. 책을 덮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주받은 생이라는 것이 과연 이들뿐이겠는가, 하는 생각.

 

 

세령호사건의 시작은 칠흑 같은 밤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한 남자, 최현수의 실수에서 비롯된다. 그는 자신이 행했던 그날 밤의 실수에 대해 통렬한 후회를 하며 고통스러워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임을 알기에 애써 불안함을 잠재우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만 골몰한다. 그에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내야만 하는 것, 바로 하나뿐인 아들 서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사건이 발생하고 칠년의 세월 속에서 그는 수없이 그날의 밤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날 밤을 포함한 세령호에서의 2주를 끝없이 복기한다. 그러나 그날 밤이 다시 되돌아오더라도 자신은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게 충동적이고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면서…. 그리고 신의 구원이 아닌, 스스로부터의 구원을 바란다. 그러므로 그가 남긴 책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이 바로 그 지옥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할 유일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아들 서원이 마지막으로 건넨 "해피 버스데이." 축하 인사와 함께.

 

 

"내가 어리석고 미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침묵하는 것뿐이었어. 지난 7년간, 그날 밤을 수없이 복기했네. '만약 내가'를 끝도 없이 되풀이했고. 하지만 타임머신이 그때로 나를 되돌려준다고 해도, 난 아마 똑같은 짓을 저지를 걸세. 그렇게 충동적이고 어리석은 짐승이 바로 나라는 인간이야. (…) 내가 기다리는 건 구원이 아니라 운명이 나를 놓아주는 때야. 삶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워지는 순간……"    - p.471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른다. 때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행동도 범한다. 그런 후에 밀물처럼 밀려드는 후회와 자책으로 괴로워하는 것이다. 어쩌면 일생에 거쳐 수없이 반복하는 실수들이 모여 경험이 되고 그 사이에서 지혜를 얻으며 인생이란 거대한 탑을 쌓아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불완전한 인간의 인생살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살인과 같은 중대한 실수는 비록 고의가 아니었다 해도,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른다 해도 결코 지혜가 될 수 없기에 그 실수가 더욱 뼈아픈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되돌려 그 순간과 또다시 맞닥뜨린다 하더라도 같은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 모진 운명에 처한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칠년을 마음속에 지옥을 품고 살았던 최현수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속에 지옥을 품고 산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몸서리 처지는 일이지만, 자신이 만든 감옥 안에서 살아가는 것 역시 인간이란 존재의 숙명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감옥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최현수의 삶이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소설은 (…)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파멸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이자,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만의 지옥에 관한 이야기며,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p.521, 522)라고.

 

그렇기에 나 역시도 『7년의 밤』에 매여 지난 며칠을 보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저주받은 생이라는 것에 대해 떠올렸던 것이리라. 최현수의 감옥이 내 마음속 지옥을 자꾸만 들춰보게 했기에.

 

 

묘비명 : I believe in the church of baseball.    - p.516

 

 

 

짜임새 있는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정유정의 『7년의 밤』. 그녀가 적어 내린 활자 속에서 세령마을의 모든 것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7년의 밤 - 8점
정유정 지음/은행나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