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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없는 결혼 속에서 ‘낡은 폐선’처럼 살아가는 이선 프롬
도덕과 윤리의 이름으로 억압해 버린, 우리 내면의 슬픈 자화상
소설 속 ‘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그 자신이 여러 사람들에게서 전해 듣고, 직접 눈앞에서 마주하기도 한 이선 프롬과 두 여인(지나, 매티)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나’에게서 한 발짝 물러난 더 큰 액자 밖에서 이선 프롬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이는 곧 마음속에 드리운 그림자를 가만히 응시하는 일이기도 할진대, 이를테면 삶 속에서 – 그것이 무엇이 됐든 간에 – 억압되기 마련인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과도 같으리라.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의심할 여지없는 타당한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희생 제물이 되어야 한다면 그 누가 옳다고만 주장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누구라도 각자의 삶 속에서 이선 프롬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내면의 슬픈 자화상’이라는 말이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다.
“그래도 가엾어요.
(…)
세 사람이 저 부엌에 갇혀 있다는 게 말이에요.”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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