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책/2025 (24) 썸네일형 리스트형 급류 | 정대건 | 민음사 거센 물살 같은 시간 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아내는 연약한 이들의 용감한 성장담, 단 하나의 사랑론 서로를 마음에 품었으면서도 자기 안의 상처와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랜 세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도담과 해솔의 얄궂은 인연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정녕 사랑만 있다면 함께 해도 좋은 걸까.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p.296)는 맺음이 그들이 나아갈 앞날을 긍정하고 있지만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고 만 것. 이미 걸어온 시간 속에서 보였 듯, 그들은 이 세계에 자신들 밖에 없는 것처럼 오직 서로한테만 몰두해 있으면서 —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 정미와 승주, 선화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그들이 함께.. 8월은 악마의 달 | 에드나 오브라이언 | 민음사 에드나 오브라이언이 사납게 그려 낸 욕망과 해방된 영혼의 분연한 절규 “태양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란. 악마 같아요, 과연 그렇죠. 사악합니다, 악마처럼. (…) 거부할 수가 없다니까……. ” - p.36 엘렌은 태양이 내리쬐는 8월, 바다가 있는 휴양지로 떠나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한다. 으레 여성에게 요구되는 억압된 삶 안에서도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것들로 인한 내상과 그에 따른 반발심이었을까. 어지러운 황홀함 속에 몸을 내맡긴 그녀를 도덕적 잣대가 아닌 자유 의지를 지닌 한 존재로서 헤아려본다. 그녀에게는 무엇에도 구애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었으리라. 그 안에서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삶과 바라 온 삶을 자연스레 중첩시켜 보았을 것이고.. 희망 | 프란치스코 교황 ∙ 카를로 무쏘 | 가톨릭출판사 프란치스코 교황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5년을 가톨릭 교회의 희년으로 선포했다. 하느님을 기억하며 거룩함의 본성을 회복하는 이 특별한 해에 ‘희망의 순례자들’을 주제 삼아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하여 상기시키고자 함이다. 특히 자서전 집필을 통해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실천을 위한 순례의 여정에 우리 모두가 함께하기를 독려한다. 그 시작은 베르골료 가문의 이주와 정착 이야기로 조부모님과 부모님, 형제자매들과 함께 보낸 유년기를 되돌아보고, 스포츠와 독서를 즐기며 본격적인 신심 교육에 들어섰던 청소년기와 그때에 마주한 성소, 신학교 생활 동안 배우고 깨달은 공동체성, 성직자가 되어 그 안에서 겪고 느낀 일화와 이후 교황이 돼 세계 곳곳의 당면한 문제와 교회 쇄신을 위해 애쓴 시간들,.. 빛과 실 | 한강 | 문학과지성사 살아 있는 한 희망을 상상하는 일,그 오래고 깊은 사랑에 대한 한강의 기록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신작 『빛과 실』. 그 안에서 인간 본연의 선함과 세계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한 마음들에 대하여 떠올려본다. 그것은 저변의 고통과 그 너머 사랑의 연대를 바탕으로 할 것인데,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그것을 내보임으로써 희망으로 나아가는 자신만의 문학적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이번 신작 속 시와 산문, 일기에는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작가 정신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를테면 작가가 자신의 명의로 얻은 최초의 집에 꾸민 북향 정원은 소설 속에서 취해 온 작가의 방식과 닮아 있는 인상이었다. 거울을 반사시켜 식물이 햇빛에 닿을 수 있도록 하는 상당한 품이..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백온유 외 | 문학동네 # 01. 「반의반의 반」, 백온유 오천만원이 사라졌다. 윤미와 현진은 영실의 요양보호사 수경을 의심하지만, 정작 돈의 주인 영실은 그녀를 두둔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수경이 돈을 가져갔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보인다. 하지만 일찍이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가장 필요한 순간에 쓰겠다고 다짐”(p.30)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딸 윤미와 손녀 현진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을 안겨 준 수경이야말로 그 돈이 쓰여 마땅한 존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경이 만들어 준 꽃분홍색 스웨터의 실 값을 후하게 쳐주겠다고 마음먹는 영실을 보면서, 꼭 그래야만 함을 스스로에게 채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수경이 정말 돈을 가지고 갔을까? 영실은 그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했다. 왜인지 그애가 자신을 여기에 붙..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 민음사 도리스 레싱이 예언하는 섬뜩한 인류의 미래 호러 기법으로 그린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세기말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 헤리엇과 데이비드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빅토리아풍의 삼층집을 보금자리로 정하고, 첫아이 루크를 시작으로 헬렌, 제인, 폴을 가졌다. 그러나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들의 바람은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부모 자신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 마저 당혹스럽게 만들고 심지어 공포심까지 들게 하는 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까. 그들 각자가 감당해야 할 육체적∙정신적 고통 안에서 당초 그들이 목표했던 행복한 가정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도저히 보통 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여기는 세간의 시선이 벤이라는 아이를 괴물로 만든 것은 아닐는지 신중해지기도 한.. 교토커피 | 심재범 | 디자인이음 커피평론가가 제안하는 풍미 있는 교토 여행 고즈넉한 교토의 명소들을 거닐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을 소개한다. 더욱이 저자는 커피평론가답게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카페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풀어내고 있는데, 이를테면 사용 중인 원두와 그 품질, 추출법은 물론 바리스타의 에티튜드 및 매장 인테리어와 분위기 등 전반에 걸쳐 설명하면서 자신만의 감상을 덧붙이는 식이다. 일상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쉬어가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흥미롭게 읽었다. 더불어 교토나 오사카에 가게 되면 들러 봐도 좋겠다 싶은 몇몇 곳을 구글 지도 앱에 저장해 두기도! 책을 읽으면서 서늘한 바람이 보이는 것 같았고, 멀리서 울리는 피아노의 향기를 떠올리면서 모처럼 깊은 잠이 들었다. 책 한.. 소년이 온다 | 한강 | 창비 억울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오월의 노래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곳에서 무참히 희생된 영혼들을 떠올린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했고 그것이 무고한 일임을 알기에 군인들의 총구 앞에서도 기꺼이 제 목숨을 제쳐둔 채 양심을 지키고자 했으리라. 그리하여 그들은 스러졌고, 남은 이들은 오랜 세월 앞에서 외려 선명해지는 오월의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p.135) 하는 처절한 목소리가 오월 목전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모든 이들을 기리며.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용서할..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