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뮤지션 유희열의 심야 산책 에세이
밤 풍경을 배경 삼아 걷는 일이 이토록 근사할 수 있음을 유희열의 『밤을 걷는 밤』은 알려준다. 요 며칠,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며 마음이 적잖이 동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나의 유년 그리고 청춘의 기억이 자리한 장소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헤매고 다니고 있음을 문득 알아챘을 때였다. 그러고도 나는 어느 밤, 늘 내리던 버스 정류장이 아닌 한 정거장 전에 내려 집으로 향하면서 차창 밖으로 스치듯 지나쳤던 밤 풍경의 익숙하지만 낯선 길을 걸어도 보았다. 가까이에 있어서 오히려 쉬이 지나치고 말았던 탓에 눈에 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살피면서 천천히…. 도시 소음에 가려졌던 풀벌레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계절이 선사하는 자연의 선물들을 새삼 발견하기도 하면서. ‘직접 걸어야만 비로소 그 길을 알게 되고, 천천히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는 걸 밤을 걷는 내내 깨닫고 또 깨닫는다’(p.61)고 했던 대목을 가만히 곱씹어 보기도 하면서.
나는 밤이 선사하는 특별한 마법을 믿고 있다. 한낮의 분주했던 시간들을 잠시 뒤로하고 그저 우두커니 있어도 좋은 밤, 그 밤은 언제나 나를 안도시켰다. 안녕한 하루를 보낸 것에 대한 감사, 설사 그러지 못했더라도 우선은 일단락되었음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그렇게 무사한 밤을 하나씩, 하나씩 모아 갈 수 있음에 다행스러웠고, 또 내일을 희망할 수 있었으므로. 그렇기에 늘 편애하게 되는 밤. 그 소중한 시간을 밤 풍경 걷는 일에 조금 내어 줘 보는 것도 좋지 않을는지, 그런 생각을 하게도 했던 밤….
밤의 거리는 참 묘하다. 청각과 후각을 예민하게 깨우는 대신 시각은 절반쯤 잠재우는 시간. 훤한 대낮에는 일상의 남루한 편린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밤이 되면 그런 것이 전부 어렴풋해진다. 예쁜 것만 보이는 안경을 우리에게 씌우는지 밤에는 모든 것이 다 예뻐 보인다. 한밤의 당신도, 이곳도 말이다. - p.57
밤을 걷는 밤 -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음/위즈덤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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