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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없는 가족으로부터 먼 친척 부부에게 떠맡겨진 소녀가
인생 처음으로 마주하는 짧고 찬란한 여름
부모 사랑을 모르고 자란 소녀가 — 아이가 없는 — 먼 친척 집에서 머물며 마주한 세계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 손 같은데 거기엔 또 다른 것, 내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있”(p.24, 25)었고, 아저씨가 손을 잡았을 때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p.69, 70)면서도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p.70)이고 있는 것을 알아챈다. 그렇게 소녀는 맡겨진 집에서 낯선 감정을 느끼며 “이런 기분을 또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하려 애쓰지만 그랬던 때가 생각나지 않아서 슬프기도 하고, 기억할 수 없어 행복하기도 하다”(p.31)고 생각한다.
사람의 온기를 마주한 소녀의 여름날이 몹시도 애잔하다.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p.70)는 것을 알게 돼 진심으로 안도했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 p.73
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다산책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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