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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오월의 노래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곳에서 무참히 희생된 영혼들을 떠올린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했고 그것이 무고한 일임을 알기에 군인들의 총구 앞에서도 기꺼이 제 목숨을 제쳐둔 채 양심을 지키고자 했으리라. 그리하여 그들은 스러졌고, 남은 이들은 오랜 세월 앞에서 외려 선명해지는 오월의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p.135) 하는 처절한 목소리가 오월 목전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모든 이들을 기리며.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꽂은 양초 불꽃들이.
- p.102, 103 「일곱개의 뺨」
![]() |
소년이 온다 - ![]() 한강 지음/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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