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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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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와 이저벨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문학동네 우리가 일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용기와 어려움에 관해 빛나는 고결함과 유머로 써내려간 소설 딸 에이미와 엄마 이저벨은 서로에게 유일한 가족이다. 하지만 그 관계에는 미묘한 어긋남이 자리한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 친밀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도무지 가 닿을 수 없는 간극이 모녀가 보낸 무더운 계절 안에서 한층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질식할 듯 뿜어내는, 그럼에도 이미 익숙해져 버린 유황 냄새에 장악당한 그녀들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만큼이나 끈질기고도 지독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바보 같은 자신들의 삶이 고단하고 구역질났지만 서로 찰싹 들러붙어 있”(p.313)을 수밖에 없다고 한 이 관계에 대하여 자연스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비단 모녀 관계의 일만은 아니..
스타벅스 일기 | 권남희 | 한겨레출판 세상을 만나는 공간 스타벅스,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결 속 쓰고 읽고 헤아린 계절들 번역가이자 작가인 권남희의 스타벅스 일기는 자칭 집순이인 그녀가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딸 마저 독립하게 되면서 ‘빈둥지증후군’을 겪었음을 털어놓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다가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어느 날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를 찾았다”(p.6)고도 덧붙이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스타벅스에서의 하루 일기는 어느새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한 권의 책으로 엮이게 되었다. 한 잔 음료면, 어느 누구에게라도 개방된 장소인 탓에 스타벅스라는 공간은 늘 변화무쌍하다. 글쓰기 작업과 번역 일을 하는 작가처럼 해야 할 일 혹은 저마다의 스터디를 하고 있는 반면 담소를 나누러 오는 사람부터 단체로 몰려오다시피 해 시끌벅적..
버스데이 걸 | 무라카미 하루키(글)∙카트 멘시크(그림) |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X 카트 멘시크 아트 컬래버레이션으로 만나는 매혹적인 단편! 스무 번째 생일날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소녀. 평범한 하루를 보내리라는 예상과 달리 매니저의 병원 행으로 사장이 머무는 방으로 식사 서빙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일 선물로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데. 새삼 매년 찾아오는 생일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해마다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히 기억해야 마땅하다는 의미일 것이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태어난 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성대한 축하를 받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한 일상을 보내기도 할 것이다. 물론 『버스데이 걸』의 소녀처럼 의외의 누군가로부터 예상치 못한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