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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쓰는' 작가, 김연수가 말하는 창작의 비밀 + 신인(新人)의 비밀!
소설가 김연수의 소설 속 문장이 아닌 문장을 읽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새로웠다.
소설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벽 ― 경외심을 품게하는 문장을 만나는 것과 비례해서 높아져만 가던 ― 에 창문 하나가 생긴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 가로막힘이 더 이상 답답하지만은 않게 된 상태. 그러니까 말하자면, 산문집 『소설가의 일』은 소설가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작은 통로와도 같은 역할의 책이었다. 그 덕에 바라봄의 대상에 한결 친근감이, 흥미로움이 생겼다. 앞으로 읽게 될 문장들이 한층 기다려지기도 하고.
사실 한 달 전쯤 Axt 8호에 실린 김연수 작가의 인터뷰를 읽었을 때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다. 작가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 소설과 소설가에 대해, 문장과 단어에 대해 그리고 인간 김연수의 생각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으니까.
김연수의 문장을 사랑해 마지않는 이라면, 창작의 비밀이 담긴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리라.
소설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이야기'라고 말하겠다. 이걸 비틀면 '평생 어둡고 습하고 음침한 곳에서 버둥대는 이야기'도 된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소설에서 중요한 건 이야기니까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이야기'든 '평생 어둡고 습하고 음침한 곳에서 버둥대는 이야기'든 모두 같은 말이다. 한순간의 빛을 말하자면, 시종일관 어둠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점, 이게 핵심이다. 성공을 논하려면 줄기차게 실패에 대해서 떠들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못 쓰고 못 쓰고 또 못 쓰기를 간절하게 원해야만 할 것이다. - p.144, 145
소설가의 일 -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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