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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칼 같은 글쓰기로
치명적인 열정을 진단한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외국인이고 연하이면서 유부남인 사람과 사랑에 빠졌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불같은 사랑 앞에서 상대방 외에는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격정적 감정은 지난한 이별과 그것을 망라한 세월 앞에서 차츰 희석되어 감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열정의 한가운데를 지나버린 그녀에게 예전의 그 사람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소재의 특성상 다분히 자기 고백적이고 성찰적이기 마련인데, 특이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객관화된 시선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 놀라운 담담함은 외려 강렬함으로 치환되어 자못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세세하고도 명쾌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이 모든 감정의 변화를 그려 낸 『단순한 열정』.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인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7
단순한 열정 (무선) -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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