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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해왔다
사랑을 생각한다.
만남과 이별 사이, 삶의 희열이 충만했던 그 여름을 생각한다.
머지않아 폭풍이 밀려오고 장대비가 쏟아졌던 그 여름을 생각한다.
그 계절, 한복판의 나를 생각한다.
그 여름의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p.117 「그 여름의 끝」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지음/문학과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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