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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은, 오직 꿈의 눈으로 바라볼 때
오롯하게 우리의 삶이 된다
김연수 작가가 낭독회를 위하여 쓴 스무 편의 짧은 이야기를 엮은 소설집 『너무나 많은 여름이』. 나는 “그들이 낮 동안 열심히 일해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밤의 사람들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내게 하는 것. 나는 그들이 모여서 듣는 내 이야기도 그런 것이 됐으면 싶었다”(p.297)는 소망을 담은 이야기들 안에서 우리가 걸어온 시간, 그리고 마주해 나가야 할 시간들에 대해 한참을 서성였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시기를 경험한 뒤의 일이기도 해서 보다 의미가 있었는데, “우리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 바로 그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p.298) 고도했던 작가의 말 역시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통과한 이들이 비로소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었던 이 스무 편의 이야기가 그래서 나는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잠을 자다가 나는 저절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그 말을 받아적었다. 아침에 깨어서 보니, 공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잘못된 선택은 없다. 잘못 일어나는 일도 없다. 나는 그 말과 아우구스티누스의 지침 사이에 ‘그러므로’라는 접속사를 넣어 연결해봤다. 잘못된 선택은 없다. 잘못 일어나는 일도 없다. ‘그러므로’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러므로’,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골목길과 너무나 많은 산책과 너무나 많은 저녁이 우리를 찾아오리라. 우리는 사랑할 수 있으리라.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으리라. - p.280, 281 「너무나 많은 여름이」
너무나 많은 여름이 - 김연수 지음/레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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