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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책/2026

세상의 빛 |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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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알라딘]

 

 

 

시인 리디 다타스가 모으고 되살린
크리스티앙 보뱅의 말들

 

 

 

『세상의 빛』에 엮인 일곱 편의 텍스트는 시인 리디 다타스에 의해 모으고 되살려진 크리스티앙 보뱅의 말들이다. 그래서인지 그간 만나온 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 문장의 어조가 풍기는 분위기에서 기인한다는 인상이 짙다. 깊은 사유를 통한 총망라로써 절제하고 함축하여 표현했던 문장들이 삶과 문학을 향한 그의 소신 앞에서 보다 진취적이고 구체적으로 제 안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연유다. 그 가운데서 문학과 삶을 향한 보뱅의 진심을 마주하게 된다. 동시에 인간이 일생에 거쳐 열렬히 추구해야 하는 것은 오직 선(善)이고, “마음으로 사유해야 한다”(p.112)는 진실을 깨우치게도 한다.

 


「뒤집힌 태양」 – 마음과 공감에 대하여 말한다. 그것은 곧 자신은 물론 타인과 세계를 향한 깊은 이해에 근간한 것으로 확장되어 우리 삶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데. 그 가운데서 삶은 비로소 자연과 함께 아름다워질 수 있으리라. 무엇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지 골몰했던 보뱅 나름의 생각이 빛을 발하는 텍스트다.

「이유 없는 기쁨」 – 신비에 대하여 말한다. 삶은 그 자체로 어렵고 고되기에 기꺼이 하늘을 쫓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로 하여금 살아가도록 돕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을 작가의 의무로 여기며 그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더불어 상대방의 마음속 문장을 읽어내고 읽음으로써 사랑에 도달하고자 한다.

「거룩한 문화」 – 독서에 대하여 말한다. 세상과 자신 안의 악하고 해로운 힘에 맞서고자 하는 마음, 그것은 그에게 글쓰기라는 행위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자신이 하려한 일은 다름에 아닌 세상을 구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심미주의에 도취하고 어둠과 악에 몰두하여 우리의 용기를 갉아먹는 글들을 경계하고자 한다.

「쓰여진 빛」 – 불빛들에 대하여 말한다. 그것은 진정한 문학만을 비추는 빛나는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문장을 읽고 또 읽으면서 경이를 마주한다. 한편 자신이 오랜 시간 책의 숲에서 길을 잃고 찾아 헤맨 것이 “세상에 더럽혀지지 않은 무언가”(p.98) 였음을 깨우친다.

「심장의 고막」 – 미소와 눈물에 대하여 말한다. 오롯이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것으로 그 안에 진실을 담고 있기에 가히 세상에서 가장 경이롭다 말할 수 있으리라. 더욱이 그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으로써 구원에 이르게 하는 힘을 지녔기에 우리는 선함에 의지하여 영광의 기적을 바라야 할 것이다.

「자동인형 작가」– 글쓰기에 대하여 말한다. 지난날 그는 태엽을 감으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자동인형을 보며 그것이 선사하는 빈틈없는 완벽함에 매료됐다. 하지만 자신의 글쓰기가 태엽이 감긴 자동인형과 마찬가지였음을, 그리하여 “단 하나의 완벽함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존재”(p.138)가 되었음을 자각한 뒤, “단순하게, 꾸밈없이. 다시 말해, 즉흥적으로 글을”(p.147) 쓰고자 마음먹는다.

「죽음의 낙원」 – 삶의 끝에 대하여 말한다. 그것은 죽음이 결코 가져갈 수 없는 그 무엇을 내포하고 있다고 여긴다. 이를테면 그것은 희망이다. 죽더라도 내 곁에 머물 모든 진실한 사랑 같은. 이로써 우리는 “부활을 기다리는 하나의 영혼”(p.165)으로 영영 남을 수 있으리라.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언제나 가장 작은 것이다. 내 주머니 속에는 한 두 개의 미소와 몇 권의 책에서 주워 담은 두세 문장이 있을 뿐이다. 나는 그것들을,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결코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작은 상자에 넣어 둔다. 아이들이 구슬을 넣어 가지고 노는 작은 상자를 닮은 그 안에 나는 몇 개의 미소를 담아 두고서 가끔씩 들여다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그 미소들은 여전히 예전처럼 아름답고 새롭다. 그 작은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온 세상보다 더 강력하게 존재하는 것. 내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을지라도, 그 사랑만은 예외다. 상자를 열 때마다 나는 참된 의미, 참된 방향,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확신을 되찾는다. 아주 작지만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어떤 것을. 상자 안의 무엇도 바래지 않도록 가끔씩 열어볼 뿐이지만, 한 번 들여다보는 그 시선은 번개의 섬광처럼 오래 지속되고, 그 속에서 나는 영원의 감각을 되찾는다.    - p.121, 122 「심장의 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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