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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프랑스의 여성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내뱉은 말로도 이슈가 됐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타이틀로 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다. 그녀의 당당했던 발언만큼이나, 소설 역시 참신하다 못해 상당히 파격적이다.
"아무도 다른 누구에게 구원일 수는 없어요." - p.133
오직 자신만이 구원일 수 있다는 미미의 결론과 그 선택이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자못 놀랍다. 그러한 권리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그녀의 결단력이 가상하달까. 소설 속 '나'는 미미와 유디트를 보내며,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글을 읽을 이들에게 말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모두 인생에 한 번쯤은 유디트와 미미처럼 마로니에공원이나 한적한 길모퉁이에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아무 예고 없이 다가가 물어볼 것이다. 멀리 왔는데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 않느냐고. 또는, 휴식을 원하지 않느냐고. 그때 내손을 잡고 따라오라. 그럴 자신이 없는 자들은 절대 뒤돌아보지 말 일이다. 고통스럽고 무료하더라도 그대들 갈 길을 가라. (…)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 p.134
자신을 파괴할 권리는 스스로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중인물들을 통해 그것이 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작가가 이 글을 통해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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