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경계하여 미래를 대비하라
오늘에 되새기는 임진왜란 통한의 기록
임진왜란과 일제 치하 36년으로 대표되는 이웃나라 일본과의 껄끄러운 역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선명하게 우리 마음속에서 각성되고 있는 근래다. 지난 2018년 10월 말,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2019년 한반도를 향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를 비롯한 3개 품목 수출 규제의 도화선이 되었고, 이에 우리 정부는 한국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 이후 조건 부 연기 - 과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맞대응한 바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 안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노 재팬(NO JAPAN)을 외치며 여행 자체는 물론, 불매 운동을 독려하는 등 나라 안은 연일 뜨거웠다. 여기에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첫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대륙을 넘어 우리나라로 퍼지면서 일본은 한국인과 중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격리하겠다는 방침을 급작스레 발표했는데, 우리 정부는 방역 입국 제한 상호주의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징비록(懲毖錄)은 당시 영의정이자 도체찰사(전쟁 수행의 책임자)였던 류성룡(柳成龍, 1542-1607)이 임진왜란(壬辰倭亂)을 겪고 난 후, 발발 원인은 물론 우리의 잘못과 실책 등을 따지며 훗날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을 목적으로 지어졌다. 그야말로 오늘과 같은 시국에 더없이 들춰 보아야 마땅한 경계와 통한의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정명가도(征明假道)의 뜻을 품은 왜는 조선을 침입함으로써 명으로 가는 길을 열고자 했는데, 전란의 조짐에도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한 조선은 급기야 애걸하다시피 명에 원병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각자 제 나라의 입장이 우선인 바, 훗날 명은 조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왜와의 강화를 추진했는데, 협상이 결렬되자 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침함으로써 정유재란(丁酉再亂)이 발발했다. 그런데 그 결렬되었던 협상에서 조선은 정작 끼지도 못했다는 굴욕적 사실은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이후의 정전 협정에서 다시 한번 소외된 모습으로 되풀이됨으로써 부국강병 하지 못한 안보 약소국의 처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다시 한번 역사에 기록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가파른 경제 성장과 세계로부터 주목 받는 문화 강국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풀어 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짊어진 짐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더욱이 지난날 조선이 명과 왜 사이에서 고초를 겪었 듯, 중국과 일본의 사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는 여전히 지난날 우리 민족의 모진 운명을 재현하기에 십상인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안타까운 일은 류성룡이 애초에 징비록을 집필했던 목적이 무색하게도 이후 병자호란(丙子胡亂)과 일제 치하의 식민지라는 혹독한 시기를 반복하고 말았다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다시는 이런 비극이 번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소임일진대, 그것이 50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에도 징비록의 존재가 유의미한 까닭일 것이다.
달아나는 왜군을 추격하여 남해의 경계에 이르렀을 때 이순신은 왜군의 화살과 돌을 무릅쓰고 직접 힘을 다해 싸웠다. 그때 날아오는 총알이 이순신의 가슴을 뚫고 등 뒤로 나가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부축하여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이순신이 말하였다. “전투가 급박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그러고 나서 숨을 거두었다. - p.275,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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